족보를 따지는 귤 전문점 • 10 팩토리

May 25, 2021
족보를 따지는 귤 전문점 • 10 팩토리

'귤과 함께 하는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귤 전문점입니다. 하지만 매장에서 생과일 귤은 볼 수도, 살 수도 없습니다. 귤 가공식품만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10 factory'는 귤과 고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귤 자체가 아니라 귤을 다양한 제품으로 변형시키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귤을 과일로 바라보고 '생'을 강조하려는 보통의 관점과는 반대의 행보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귤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걸까요?

귤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렌지 수입 자유화와 산지 간 경쟁 심화로 마을은 점차 쇠락해갑니다. 게다가 2000여명이 넘지 않는 인구에, 그 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의 노인이었기 때문에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국지적 이상 한파가 이 마을을 덮쳐 귤 생산량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귤 나무에도 이상이 생겨 귤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망이 불어닥친 마을에 희망을 불어넣은 건 일본 농협 직원이었던 '요코이시 도모지'였습니다. 그는 고급 식당에서 한 손님이 초밥 위에 장식된 단풍잎을 기념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고 나뭇잎을 파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나뭇잎 장식인 '쓰마모노'를 마을의 사업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마을 면적의 85%가 산림이고, 일본 고급 식당에서는 시각적인 조화에도 세심하게 신경쓰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전국의 고급 식당을 돌며 요리사들이 쓰마모노를 사용할 때 중요시 여기는 요소를 파악합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나뭇잎 자체가 아니라 요리와 어울리는 모양과 계절을 나타내는 색감 등을 가진 나뭇잎이었습니다. 가치 있는 나뭇잎을 공급할 수 있다면 시장을 만들 수 있을거라 확신한 후,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나뭇잎을 주어다 파는 것이 쓰레기를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반문했습니다.

말로는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는 마을 주민들을 모시고 고급 일식당에 현장탐방을 갑니다. 거기서 주민들은 마을 지천에 널린 나뭇잎이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마음을 열었고, 마을은 점차 변해갑니다. 봉이 김선달 같은 사업으로 도쿠시마현의 가미카쓰 마을은 부활에 성공합니다. 이 마을에서 출하하는 나뭇잎은 일본 쓰마모노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 곳의 스토리는 책과 영화로 만들어지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히메'현도 귤 재배가 주요 산업이고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곳이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미카쓰 마을 사례를 참고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미카쓰 마을은 이상 기후로 귤 나무가 망가진데다, 귤 재배를 포기하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 인구수가 적어 틈새시장으로도 생계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에히메현은 일본내에서 귤 생산량이 2위일만큼 규모가 커서 쉽사리 지역의 먹거리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귤 산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에히메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역을 살리는 기업

에히메현의 미래를 위해 팔 걷고 나선 건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에이트 원(Eight One)'이라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시작은 만화책처럼 비현실적이지만, 비전은 교과서처럼 진지합니다. 에이트 원의 대표 '오오야부 타카시'는 대학시절 파칭코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점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취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개인 투자로 경제 활동을 했는데, 이 때 투자로 15억엔(약 150억원)을 벌며 에이트 원을 설립합니다.

투자자답게 처음에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보니 지역 경제의 문제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각 지역에는 독자적인 문화에 뿌리를 둔 좋은 제품이 많으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 가치와 장점을 발전시키기 어려울 거란 생각을 합니다. 후계자도 없고, 자본도 부족하며, 그리고 수요와의 접점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방의 전통산업에 미래의 비즈니스 관점을 적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브랜드들을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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