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어떤 운동화를 신을까? • 올버즈

Jun 7, 2021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어떤 운동화를 신을까? • 올버즈

2017년 7월, 벤처 캐피털 회사 어거스트 캐피탈(August Capital)이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서 주최한 행사에는 약 1,000명의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올버즈(Allbirds)'의 양털 운동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실리콘밸리에 어울리려면, 이 양털 신발을 신어라(To fit into Silicon Valley, wear these shoes)'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전설적인 벤처 투자가 벤 호로비츠 등 실리콘밸리의 아이콘과 같은 사람들도 올버즈의 팬으로 유명합니다. 아이콘이 알아본 브랜드는 이내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하며 유니콘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2016년 처음 운동화를 팔기 시작한지 2년 만의 일입니다. 올버즈는 어떻게 운동화 하나로 실리콘밸리를 장악한 것일까요?

컵이나 젓가락에만 일회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에도 일회용이 있습니다. 모델 하우스, 임시 캠프, 전시회장 등 일회성 목적을 위해 지어진 건물은 목적 달성 이후 다른 일회용품처럼 버려집니다. 일회용 컵만 해도 한 번 쓰고 버리기 아까운데, 일회용 건축이 아까운 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건축의 경우, 일회용이라고 해도 안전상의 문제로 내구성이 좋은 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일회용 건축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 활용하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텀블러로 대체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의 컵을 사용하는 등 대안이 마련되어 있는 일회용 컵에 비해 일회용 건축의 문제는 확실히 난이도가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회용 건축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해결에 나선 건축가가 있습니다. '종이 건축가'로 불리는 일본의 '반 시게루(坂 茂)'입니다. 말 그대로 반 시게루는 종이로 만든 커다란 종이관으로 건축을 합니다. 반 시게루는 1987년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전시회장 건축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종이 건축을 선보였습니다. 애초에 쓰고 싶던 나무 소재가 가격이 높아 예산에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전시회가 끝난 뒤 사용한 나무를 모두 버려야 하는 것을 매우 아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고민하던 중 저비용으로 가공이 가능하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종이'를 떠올린 것입니다.

반 시게루가 종이 튜브로 설계한 알바 알토 가구전의 내부 모습입니다. ⓒShigeru Ban Architects

그렇지만 종이는 방수, 방화에 취약하고 강도가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아무도 종이를 건축 자재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반 시게루는 여러 겹의 종이를 겹쳐 종이 튜브를 만들고, 햇볕을 쪼여 종이 속 섬유질을 변형시켜 강도를 높이는 등 과학적인 구조 설계를 통해 종이의 단점을 보완합니다. 단점 때문에 건축 소재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반 시게루가 떠올린 발상의 전환 덕분에 종이는 더 이상 약한 소재가 아니라, 진화한 나무이자 친환경적인 건축 소재로 거듭났습니다.

반 시게루는 종이 튜브를 활용해 각종 재난 현장에서 재난민들을 위한 임시 거처, 종교 시설 등을 만듭니다. ⓒShigeru Ban Architects

이처럼 소재의 혁신은 더 나은 세상을 이끕니다. 비단 건축업계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뉴욕, 보스턴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진출한 신발 브랜드 '올버즈(Allbirds)'도 소재를 혁신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슬로건은 올버즈가 스스로를 자칭하는 말이었지만,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로 인정받으며 실리콘밸리 사람들 사이에서 유니폼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기라성같은 운동화 브랜드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라는 슬로건의 무게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왕관을 쓴 자가 그 무게를 견디듯, 올버즈는 수식어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주며 '신발계의 애플'이라는 또 다른 별명마저 얻었습니다.

뉴욕 소호에 위치한 올버즈 매장 내부입니다. ⓒAllbirds

익숙한 소재의 낯선 쓸모를 찾다

올버즈는 '양털'로 '운동화'를 만듭니다. 사실 패션업계에서는 양털이 낯선 소재가 아닙니다. 보온성이 좋아 겨울 의류에는 물론, 방한 부츠의 경우에는 한정적으로 신발의 소재로도 사용됩니다. 호주 서퍼가 만든 '어그(Ugg)'가 대표적입니다. 어그는 서퍼들이 서핑 후에 차가운 바닷물에 젖은 발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신던 양털 부츠를 브랜딩하고 상용화했습니다. 호주의 어그는 미국까지 넘어가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을 타깃해 판매되었고, 어그가 '캘리포니아의 여유'를 상징하게 되면서 대중화된 사례입니다. 올버즈도 양털로 신발을 만들지만, 부츠가 아닌 '운동화'의 소재로 양털을 사용한 건 전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올버즈는 왜 양털 운동화를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해변가의 서퍼들이 어그 부츠를 신고 있습니다. ⓒUgg Australia

올버즈는 편한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양털을 선택했습니다. 올버즈는 양털 중에서도 '메리노 울(Merino wool)'을 사용하는데, 메리노 울은 보온성은 물론 통기성도 좋습니다. 메리노 울은 온도에 따라 반응하는 활성 섬유로 더울 때는 시원하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 주어 사시사철 땀과 냄새를 줄이는데 탁월합니다. 메리노 울의 이런 특성 때문에 아웃도어 의류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었지만, 그 동안은 아무도 매일 신는 운동화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올버즈의 공동 창업자 팀 브라운(Tim Brown)은 이런 주목할 만한 소재가 신발에 사용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운동화를 만들기 위한 메리노 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메리노 울의 장점을 신발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올버즈의 시그니처인 메리노 울로 만든 운동화입니다. ⓒAllbi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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