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을 와인을 파는 와인 매장 • 베리 브로스 앤 러드

May 26, 2021
마시지 않을 와인을 파는 와인 매장 • 베리 브로스 앤 러드

베리 브로스 앤 러드에서는 와인을 마시려고 산다는 고정관념이 깨집니다. 물론 마실 와인을 사러 베리 브로스 앤 러드를 들르는 고객들도 많지만, 마실 목적이 아니라 투자의 목적으로 이 와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와인을 투자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베리 브로스 앤 러드가 만들어가는 비즈니스 방식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는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런던 와인 위크(London Wine Week)'가 매해 열립니다. 런던에서 손꼽히는 130여개의 와인바들이 한 데에 모여 일주일간 팝업 스토어를 엽니다.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단돈 10파운드에 입장권을 살 수 있으며, 5파운드를 추가로 내면 팝업 스토어가 추천하는 와인 3가지로 구성된 테이스팅 셋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안주 페어링에 자신있는 곳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와인과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안주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와인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게별로 파티, 시음회,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참가자들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런던 와인 위크에 참여하는 가게들 입장에서는 런던 와인 위크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훈장처럼 작용하여 사람들 사이에 공신력을 갖습니다. 참가하고 싶은 모든 와인 바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최측에서 선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와인 애호가들이 모이는 자리에 매장을 노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가게가 자랑하는 새로운 와인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되기도 합니다. 런던 와인 위크에 가는 방문객이 누리는 편익도 확실합니다. 보통 와인 1병에 6잔 정도가 나오고, 와인 1병의 매장가는 저렴한 와인이라도 20파운드 이상입니다. 그런데 런던 와인 위크에서는 각 가게에서 자부심을 갖고 추천하는 와인들을 3잔에 5파운드에 판매하니, 입장료를 내더라도 두 번째 테이스팅 구매부터 이득이고, 더 많이 마실 수록 이득이 커집니다.

런던 와인 위크 페스티벌

이런 런던 와인 위크를 기획한 회사는 '드링크업 런던(DrinkUp.London)'입니다. 스스로를 '무엇을 어디에서 마실지 아는 프로페셔널한 올빼미'라고 소개하는 드링크업 런던은 런던의 수많은 바와 주류 관련 이벤트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로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온 런던 바에 대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2010년에 '런던 칵테일 위크(London Cocktail Week)'를 열었습니다. 이후 런던 와인 위크와 '런던 비어 위크(London Beer Week)'까지 주최하며 런던의 주류 산업을 들썩이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15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드링크업 런던의 축제를 다녀갔고, 축제 티켓만으로 2백만 파운드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런던 시내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바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주류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독보적인 혜택이 애주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괄목할 만한 경제 효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드링크업 런던이 와인을 매개로 모두가 윈윈하는 런던 와인 위크를 주최한다면, 와인을 매개로 시간과의 윈윈을 시도하는 곳도 있습니다. 런던의 와인 가게 베리 브로스 앤 러드(Berry Bros & Rudd)의 이야기입니다. 1698년에 오픈한 베리 브로스 앤 러드는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상점이지만 베리 브로스 앤 러드는 영화 '킹스맨2'에도 등장할 만큼 힙합니다. 킹스맨2의 에그시와 멀린이 스테이츠맨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방문한 곳이 바로 베리 브로스 앤 러드의 매장입니다. 킹스맨 본부인 양장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킹스맨 본부를 풀샷으로 잡은 엔딩 장면에도 베리 브로스 앤 러드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베리 브로스 앤 러드는 오랜 역사와 유명세를 자랑하지만,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있기에 더욱 빛나는 곳입니다.

베리 브로스 앤 러드 매장 전경

#1. 제품과 함께 저장 공간도 팝니다

와인은 생산 과정만큼이나 소비하기 전까지 보관 방법도 중요합니다. 온도, 습도, 빛, 냄새, 심지어 진동에 따라 서서히 숙성되기 때문입니다. 온도는 10~14도가 가장 이상적인데, 그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숙성이 멈추고 그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는 조로한 와인이 되어 버립니다. 70~80%의 습도에서 보관해야 하며, 습도가 낮으면 코르크가 말라 산소가 과하게 유입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곰팡이가 생깁니다. 직사광선은 와인의 산화를 촉진하고, 강한 냄새는 와인의 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진동은 와인의 노화를 앞당깁니다. 이쯤 되면 일반 가정에서 와인을 최상의 조건에서 보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물론 와인 보관에 적합한 와인 셀러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와인을 보관하는 전문적인 방식을 온전히 구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베리 브로스 앤 러드에서는 자신들이 보유한 와인 셀러 공간을 고객들에게 대여해 줍니다. 작은 가정용 와인 셀러가 아니라 최첨단 시설과 온도 조절 장치가 있는 거대한 와인 셀러입니다. 베리 브로스 앤 러드의 와인 셀러는 런던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베이싱스토크(Basingstoke)에 위치해 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약 9백만 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전체 고객 중 70%가 이 와인 셀러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주로 투자 또는 후손에 물려주기 위한 용도입니다. 베리 브로스 앤 러드는 수백년에 걸쳐 쌓아온 와인 저장 노하우와 최첨단 기술을 결합하여 고객들이 맡긴 와인 한 병 한 병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숙성시킵니다. 꼼꼼한 품질 관리를 위해 모든 보관 시설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을 고집합니다.

베리 브로스 앤 러드 와인 셀라 내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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