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레스토랑 • 밥 밥 리카드

May 26, 2021
요일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레스토랑 • 밥 밥 리카드

보통의 고급 레스토랑은 평일의 손해를 주말 장사로 메꿉니다. ‘밥 밥 리카드’는 당연한 듯 여겼던 방식에 의문을 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의 맛은 기본이라는 전제를 깔고, 음식이 아니라 공간을 팔기로 합니다.

의도를 티나지 않게 전달하면 클래스가 생깁니다. 그래서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이유있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영국을 영국답게 하는 요소들을 스케일이 넘치는 스토리로 풀어낸 것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사회적 약자 혹은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들을 향한 배려의 메시지를 녹여내 더 큰 울림을 만들었습니다.

개막식은 영국을 대표하는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시대를 테마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공장과 노동자 등 그 당시의 풍경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여성 참정권을 외치던 여성들의 모습을 빼놓지 않고 연출합니다. 이후 영국 국가를 합창하는 부분에서는 영국 국민들을 대표하여 청각 장애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를 부릅니다. 국가 연주가 끝나고 나서는 환자복 차림을 한 어린이들의 퍼포먼스를 영국의 문학가들이 상상해낸 판타지들과 연결해 보여줍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영국의 국가 보건 의료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와 어린이 자선 병원인 그레이트 올몬드 스트리트 병원(Great Ormond Street Hospital)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리 포터(Harry Potter)》, 《피터 팬(Peter Pan)》 등의 작품으로 포장해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젊은 남녀의 러브 스토리에 맞춰 영국 대중문화를 메들리의 형식으로 선보이는데, 이때 영상을 통해 다양한 키스신을 보여주면서 영국에서 최초로 동성 간 키스신을 방영한 드라마의 장면도 포함시킵니다. 또한 성화 봉송 주자가 스타디움으로 들어오는 부분에서는 스타디움을 건설한 5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조명합니다.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이 스타디움 입구에서 성화 봉송 주자를 맞이하는 모습이 새롭습니다.

사회적 약자 혹은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들까지도 무대 위로 소환한 연출자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등의 영화로 유명한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입니다. 그는 모두가 하나되는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의도를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해 개막식의 클래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습니다. 의도를 세련되게 전달한 건 개막식뿐만이 아닙니다. 티켓 프로그램 총괄 담당자였던 폴 윌리엄슨(Paul Williamson)이 주도한 런던 올림픽의 입장권 티켓 판매도 주목할만합니다.

런던 올림픽의 티켓 가격 체계는 티켓 가격의 숫자가 메시지를 담도록 설계했습니다. 우선 기본 티켓은 20.12파운드(약 3만 원)에, 가장 비싼 티켓은 2,012파운드(약 302만 원)에 판매했습니다. 최저가와 최고가를 100배 차이 나게 만들어 가격 차등을 확실하게 하면서도 언뜻 봐도 런던 올림픽을 상기시키는 숫자로 가격을 매겼습니다. 또한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에게는 ‘나이만큼 내세요(Pay your age)’라는 아이디어를 도입했습니다. 청소년들의 나이가 티켓 가격이 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티켓 가격을 최대 18파운드(약 2만 7,000원)로 설정하는 등 청소년들을 배려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모두가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게 가격 체계를 디자인한 것입니다. 게다가 런던 올림픽에서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비인기 종목 티켓을 할인해 팔거나 인기 종목 티켓과 묶어 팔지 않았습니다. 가격 고수를 통해 모든 경기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티켓 가격에 의도를 담자 수익의 클래스가 달라졌습니다. 런던 올림픽의 티켓 판매 수익 목표는 3억 7,600만 파운드(약 5,640억 원)였는데,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티켓 가격 체계 덕분에 목표보다 75%가량 높은 6억 6,000만 파운드(약 9,900억 원)의 티켓 수익을 달성했습니다.

의도를 티나지 않게 전달하며 클래스를 높인 런던 올림픽을 또 한 번 경험하려면, 2012년의 런던 올림픽이 64년만에 열렸듯이 그만큼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퇴사준비생으로서 런던을 여행하는 김에 의도를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경험하고 싶다면 ‘밥 밥 리카드(Bob Bob Ricard)’ 레스토랑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밥 밥 리카드 전경입니다. 런던의 번화가인 소호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요일마다 메뉴의 가격이 달라진 사연

밥 밥 리카드는 러시아인인 레오니드 슈토브(Leonid Shutov)가 2008년에 런던 소호 지역에 오픈한 고급 레스토랑입니다. 두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의 공간은 파란색을 테마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영감을 받아 이색적으로 디자인했고, 지하층의 공간은 빨간색을 테마로 고급스런 클럽 분위기가 나도록 감각적으로 인테리어를 꾸몄습니다. 주요 메뉴는 클래식한 영국 요리를 모던하게 재해석하거나 러시아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이라 가격대가 높은 편이어도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을 고려하면 가성비 또한 높은 곳입니다.

1층의 공간은 파란색을 테마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영감을 받아 이색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지하층의 공간은 빨간색을 테마로 고급스런 클럽 분위기가 나도록 감각적으로 인테리어를 꾸몄습니다.

공간 구성과 메뉴 구성 모두 차별성을 확보했지만, 밥 밥 리카드를 더욱 눈에 띄게 하는 건 가격 체계입니다. 이 매장의 메뉴는 요일이나 식사 시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똑같은 메뉴를 월요일 점심에 주문하면 토요일 저녁 대비 25%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화요일 저녁에 시키면 토요일 저녁보다 15% 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식입니다. 메인 요리의 평균 가격이 25파운드(약 3만 8,000원)이고 35파운드(약 5만 3,000원) 전후의 요리도 꽤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할인 폭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가격을 할인한다고 해서 양을 줄이거나 싼 재료를 쓰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한가한 시간대를 활용해서 가격을 조정하는 해피 아워 이벤트와 달리 점심 식사 또는 저녁 식사 시간대에 가격 할인을 해줍니다. 게다가 다른 메뉴와 묶어서 가격을 낮추는 세트 메뉴의 방식과도 거리가 멉니다. 그뿐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음식을 마감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할인해서 파는 방식과는 더더욱 차이가 있습니다. 요일과 식사 시간대에 따라 똑같은 음식이 가격만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입니다. 밥 밥 리카드는 무슨 연유로 이런 가격 체계를 도입하게 되었을까요?

창업자인 레오니드 슈토브는 토요일 저녁 시간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 400명이 줄을 서는데, 월요일 점심 시간에는 40명 밖에 없는 현상을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의 손해를 주말 장사로 메꾸는 고급 레스토랑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가진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그는 레스토랑 비즈니스 외의 산업들로 눈을 돌렸습니다. 다른 산업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벤치마킹하며, 시기별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항공과 호텔 등의 가격 체계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여행 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은 그가 고민하던 레스토랑 비즈니스의 문제를 해결해줄 단서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2018년 1월, 밥 밥 리카드에 요일별 수요에 따른 가격 할인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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