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매장에 알렉사가 있는 이유 • 보틀로켓 와인 앤 스피릿

Jun 7, 2021
와인매장에 알렉사가 있는 이유 • 보틀로켓 와인 앤 스피릿

같은 와인이라도 이 매장이 팔면 더 잘 팔립니다. 뉴욕의 '보틀로켓 와인 앤 스피릿(Bottlerocket wine & spirit)'은 와인을 분류하는 기준과 와인을 추천하는 체계를 달리 해 고객의 마음과 함께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위스키 섹션에서는 무려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심층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읽습니다. 주류 매장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 곳에서 식음료 매장의 진화를 목격해 보시기 바랍니다.

맥도날드가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맥도날드는 핵심 소비자군의 취향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밀크셰이크의 맛, 농도 등을 조정해 보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밀크 셰이크를 출시해도 판매량이 늘지 않으니, 풀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한 듯 보였습니다.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은 사람은 파괴적 이노베이션 이론의 최고 권위자이자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인 클레이턴 크리텐슨(Clayton Christensen)이었습니다. 그는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객의 밀크셰이크 구매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밀크셰이크 전체 판매량의 40%는 오전 9시 이전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시간대는 성인 남성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이 드라이브스루(Drive-thru)나 매장 방문을 통해 밀크셰이크를 테이크아웃 해갔습니다. 오후 간식으로 어린아이들이 주로 찾을 것 같은 밀크셰이크를 성인 남성들이 바쁜 출근길에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맥도날드 밀크셰이크가 출근 시간동안 간편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훌륭한 아침 식사 대용이기 때문입니다. 여유롭게 앉아 아침 식사를 즐길 여유는 없고 굶기에는 배가 고프니, 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을 활용해 마실 수 있는 밀크셰이크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밀크셰이크는 농도가 걸쭉해 빨리 마시기 어려워 출근길의 심심함을 달래줄 수 있는 장점도 한몫했습니다.

맥도날드는 고객들의 구매 패턴에 착안하여 출근길에 판매하는 밀크셰이크를 오후에 판매하는 밀크셰이크보다 더 뻑뻑하게 만들고, 더 가는 빨대를 제공해 더 오랜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과일을 갈아 넣어 영양과 식감을 더했습니다. 이렇게 고객이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는 맥락에 집중해 제품을 개선한 결과 밀크셰이크 판매량이 7배나 증가했습니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어떤 일 때문에 그들이 이 매장에 와서 밀크셰이크를 고용하는가?"

클레이턴 크리텐슨 교수가 밀크셰이크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질문입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용하여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도록 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특성이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목적을 연구하면, 고객이 이 제품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더 명확히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맥도날드가 고객들이 밀크셰이크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만든다면, 미국 뉴욕에 위치한 주류 판매점인 '보틀로켓 와인 앤 스피릿(Bottlerocket wine & spirit)'은 와인과 위스키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제안합니다. 그래서 이 매장은 판매하는 주류를 전형적인 카테고리로 구분하지 않고, 고객이 주류를 구매하는 맥락에 따라 분류해 판매하는 술의 가치를 높입니다.

비효율적이어서 효과적인 매장

보틀로켓 와인 앤 스피릿 매장의 진열 방식은 독특합니다. 보통의 와인 가게처럼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으로 와인을 구분하거나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국가별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대신 와인을 구매하는 목적, 페어링하면 좋은 음식 등 고객이 와인을 고를 때 고려할 만한 기준들로 와인을 분류합니다. 와인을 구매할 때 와인의 속성만큼이나 와인을 구매하는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객의 관점에서 와인을 재분류해 놓아, 이 매장에서는 같은 와인이라도 여러 곳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중복해서 진열하는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매장 안을 살펴보겠습니다.

보틀로켓 와인 앤 스피릿에서는 고객이 와인을 고를 때 고려하는 기준에 따라 와인을 진열해 고객 친화적인 디스플레이를 선보입니다.

매장 중앙의 와인 섹션에는 10여 개의 마름모꼴 매대가 있습니다. 각 매대는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테마는 육류, 가금류, 해산물, 파스타 등 와인과 페어링할 만한 음식이 되기도 하고, 선물, 가성비, 새로운 도전 등 와인을 구매하는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매대 가운데에는 테마를 상징하는 커다란 장식이 있어 위트를 더합니다. 덕분에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와인을 구매하려는 맥락에 따라 매대들을 옮겨 다니며 와인을 고를 수 있습니다.

와인을 분류하는 테마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며 구경하는 재미를 배가합니다.

테마별 구분의 효용을 높이는 건 4가지 하위분류입니다. 마름모꼴 매대의 4개 면은 테마를 4가지로 구분하면서, 구매 목적을 또 한 번 세분화합니다. 예를 들어 해산물 테마의 4개 면은 각각 어두운색 생선, 밝은색 생선, 조개류, 기름기 많은 생선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추천합니다. 선물 테마에서는 오래된 친구, 상사, 3번째 데이트 상대, 잘 모르는 사람 등 선물을 받는 사람을 4가지 타입으로 구분하여 각 목적에 따라 와인을 분류합니다. 세부 테마에 대한 설명도 콜라주로 표현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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