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바꾸는 방법 • 브렉스

Jan 6, 2022
불량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바꾸는 방법 • 브렉스

“넷플릭스는 수면 시간과 경쟁합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말입니다. 콘텐츠가 재미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넷플릭스는 수면 시간을 경쟁 상대로 본다는 거죠. 경쟁의 대상으로 수면 시간을 지목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시간 점유율에 타격을 주는 모든 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을 선언한 셈입니다. 동시에 수면 시간 말고는 딱히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죠.

인간의 기본 욕구에 도전할 정도로 끝판왕의 반열에 오른 넷플릭스는 시작도 남달랐습니다. 기존에 있던 비디오 대여 서비스 업체가 리드 헤이스팅스의 수면 시간을 건드렸기 때문이죠. 1990년대에 미국에서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에 가서 대여료를 내고 비디오를 빌려 보는 게 보통의 방식이었습니다. 대여 기간이 지난 후에 반납하면 당연히 연체료를 냈어야 했지요.

당시 '아폴로 13’ 비디오 반납을 깜빡한 사실을 6주만에 알게 된 리드 헤이스팅스는 허겁지겁 달려가 비디오를 반납했으나 연체료를 40달러나 지불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의 잘못이긴 했지만 대여료보다 연체료를 더 낸 일을 겪자 분한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만약 연체료가 없는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1997년에 넷플릭스가 세상에 등장해 지금의 형태로 진화했죠.

리드 헤이스팅스와 같이 대여한 것을 까먹고 연체료를 내는 고객은 블록버스터 입장에서 분명 '불량 고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같은 불량 고객들도 만족하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습니다. 일정 금액만 내고 비디오를 대여한 후 반납하면 새 비디오를 대여할 수 있도록요. 반납을 안하면 추가적인 콘텐츠를 보지 못할 뿐 연체료 부담은 없고, 반대로 반납을 빨리하면 그만큼 더 새로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블록버스터가 '불량 고객'으로 생각했던 고객들을 넷플릭스의 든든한 '우량 고객'으로 만든 거죠.

콘텐츠 업계에서만 그러라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의 금융권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이 기존의 대형 은행과 카드사들이 불량 고객으로 정의했던 고객군을 집중적으로 타겟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타트업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렉스(Brex)입니다. 이전에는 소위 '돈 안 되고 리스크가 큰 고객'이었던 스타트업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인데요, 브렉스는 어떻게 이 불량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만들었을까요?

평가 방식을 바꾸면 미운 오리도 백조가 된다

©BREX

브렉스는 2017년에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법인 카드를 발급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브라질 출신의 스탠포드 대학 중퇴자인 헨리크 두부그라스와 페드루 프란체스키두가 20대에 창업했는데, 이 둘은 이미 10대 때 브라질에서 'Pagar.me'라는 핀테크 기업을 설립하여 매각했었고, 브렉스 이전에도 실리콘밸리의 창업사관학교라고 불리는 Y콤비네이터에서 가상현실 기업인 '비욘드'를 창업하는 등 연쇄 창업의 길을 걷고 있었죠.

연쇄 창업가인 그들에게 돈이 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회사를 운영하는 건 익숙한 일이었지만, 여러 번 경험해도 어려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선 법인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거죠. 그도 그럴 것이 통상적으로 전통적인 은행 또는 카드사는 법인카드를 발급해줄 때 매출, 재무제표, 담보 등을 바탕으로 신용 평가를 하는데, 스타트업 중에서는 매출이 없고 재무제표가 형편 없는 곳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중에는 투자를 받아 법인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상환할 능력이 충분한 데도,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 스타트업은 그저 돈 안되는 불량 고객일 뿐입니다.    

그들은 여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합니다. 기존 금융권에서 무시당하던 스타트업들의 법인카드에 대한 니즈가 크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렌즈로 고객을 바라보았죠. 그리고 그들은 신용평가 모델을 달리하면 기존 금융권에서 불량 고객으로 여겼던 스타트업 고객을 오히려 우량 고객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브렉스는 새로운 스타트업 법인을 그들의 우량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신용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을까요?

IT 스타트업에게는 암묵적인 성장 공식이 있습니다.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초반에 매출을 내는 대신 유저 수 확보에 집중한 후, 충분한 유저가 모인 다음 유료화 등을 거쳐 매출을 키워가는 구조로 성장하는 거죠. 선 유저 확보, 후 수익화 구조입니다. 그리고 초반에 유저를 확보하는 시기에는 투자 자금을 통해 기업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기존 은행 또는 카드사의 신용평가 방식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렉스는 스타트업의 현금 잔액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들은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선 유저 확보, 후 수익화 구조를 추구하고 있어, 매출이 없더라도 수십억 원의 현금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브렉스의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은 스타트업들의 통장 잔액에 집중합니다.

©B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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