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한 만큼 인기를 얻은 호텔 • 시티즌M 호텔

May 26, 2021
포기한 만큼 인기를 얻은 호텔 • 시티즌M 호텔

5성급 호텔로 보기에는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렇다고 3성급 호텔로 보자니 시설이 고급스럽습니다. 호텔에 대한 기존의 기준으로는 정의하기 어려운 ‘시티즌M 호텔’에는 경영의 기분을 나게하는 경영의 기본이 담겨있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이용하거나, 무료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등의 뻔한 방법이 아니기에 더 솔깃합니다. 루프트 한자, 캐세이 퍼시픽, 에어 뉴질랜드 등 30여 개의 항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업그레이드 경매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우선 출발일로부터 7일 전까지 이코노미 클래스 항공권을 구매합니다. 업그레이드 목적이기 때문에 확약된 티켓이 있어야 합니다. 예약 완료 후 항공사 웹사이트의 예약 정보 페이지에서 업그레이드를 신청합니다. 이 때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가 된다면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을 입력할 수 있으며, 항공사는 예약 상황을 토대로 당첨 가능성을 5단계로 나누어 알려줍니다. 경매 신청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현황을 보고 최종 금액을 제안해 경매에 참여하면 출발일로부터 3~7일 전에 높은 금액을 부른 고객 순서대로 비즈니스 클래스의 남는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항공사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고객은 지불 가능한 수준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수 있는 혜택을 누립니다. 모두가 윈윈하는 모델이지만, 특히 고객 측의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고객 스스로가 책정한 가격이기에 업그레이드 받으면 아까울 게 없고 업그레이드가 안돼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이코노미 클래스 대비 3배가량 비싼 좌석이라 엄두도 못냈는데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범위에서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여행의 설렘이 커지는 일만 남습니다.

온라인 업그레이드 경매는 항공권의 경제 논리를 흔드는 모델입니다. 더 넓은 좌석에는 그에 비례하는 비싼값을 치뤄야 한다는 가격 책정 기준에 금이 가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모델이지만 경매의 특성상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경매에 참여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희망고문 끝에 결국 이코노미 클래스를 탑니다.

하지만 런던으로 떠나는 퇴사준비생이라면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5성급과 진배없는 호텔에 3성급 호텔의 가격으로 머무르면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탈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티즌M 호텔(Citizen M hotel)’을 예약하면 경매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업그레이드를 위해 추가 요금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호텔의 경제학을 외면한 호텔

브랜드, 호텔 위치, 서비스, 투숙 시기, 예약 시점, 예약율 등 호텔의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가격 체계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건 호텔의 등급입니다. 5성급 호텔은 4성급 호텔보다 더 나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습니다. 반대로 등급이 내려갈수록 공간과 서비스의 수준이 낮아지며, 호텔 가격은 그만큼 저렴해집니다. 어쩌면 경제 논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입니다.

시티즌M 호텔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레비(Michael Levie)는 의심의 대상이 아니던 호텔의 경제학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원래부터 호텔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멕스(Mexx)라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딜레마 때문입니다. 의류 회사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시장조사를 위해 해외 패션 박람회에 갈 일이 잦았는데, 홀리데이 인(Holiday Inn) 같은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하자니 디자이너들의 만족도가 떨어졌고, 그렇다고 5성급 호텔에 머무르기에는 회사의 예산이 부족했습니다.

5성급 호텔을 3성급 호텔 가격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시티즌M 호텔의 출발점입니다. 기존 호텔 사업자들에게는 낯선 질문이었지만, 의류 회사의 대표에게는 날선 고민이었습니다. 5성급 호텔의 요소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3성급 호텔의 가격을 받는다면 손해가 날 것이 뻔하므로 그는 5성급 호텔에서 일부 요소들을 빼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5성급 호텔을 이용하는 이유가 달라서 요소를 제거하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호텔을 재구성하기 위해 그가 주목한 건 타깃입니다.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면 호텔의 경제학을 외면하는 호텔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티즌M 호텔의 이름은 ‘자유롭게 이동하는 시민(Mobile Citizen of the World)’인 모바일 시티즌을 뜻하며, 이 호텔이 타깃하는 고객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출장이나 주말 여행을 자주 다니는 모바일 시티즌들이 5성급 호텔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없애서 가격을 3성급 호텔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그렇다면 모바일 시티즌들은 시티즌M 호텔에서 어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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