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쉬워지는 비스포크 안경점 • 큐비츠

May 26, 2021
선택이 쉬워지는 비스포크 안경점 • 큐비츠

제품 종류의 개수는 중요합니다. 고객들은 제품 종류가 지나치게 많으면 선택장애에 빠지고, 몇 개 없으면 고르는 재미를 잃습니다. 비스포크 안경점 ‘큐비츠’는 다양함을 제시하면서도 심플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수트는 신사의 갑옷이다.”(The suit is a modern gentleman’s armour.)

<킹스맨(Kingsman)>은 영화를 통해 맞춤형 수트에 대한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단지 첩보 요원용으로 특수 제작한 수트여서만은 아닙니다. 몸에 맞게 칼맞춤한 수트가 언제 어디서나 신사의 자신감을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트 하나만으로 주인공들의 신사다움이 완성될 수는 없습니다. 수트를 빛내줄 조연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킹스맨>에는 수트뿐 아니라 셔츠, 넥타이, 구두, 시계, 심지어 우산에 이르기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비스포크• 브랜드들이 총출동합니다. 헌츠맨 앤 선즈(Huntsman & Sons), 턴불 앤 아서(Turnbull & Asser), 드레익스(Drake’s), 마틴 니콜스(Martin Nicholls) 등 모두 비스포크의 메카 새빌로(Savile row) 거리의 강호들입니다.
* 비스포크 ‘Been spoken for’에서 유래해, 고객이 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한 사람만을 위한 주문형 맞춤 서비스를 뜻합니다.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인 미스터 포터(MR PORTER)는 이 브랜드들을 모아 ‘킹스맨의 옷장’ 컬렉션을 출시하며 숱한 화제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이례적으로 킹스맨 컬렉션만을 위한 팝업숍을 열고,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를 선보일 정도로 화제를 이어갑니다. 이렇듯 <킹스맨>은 브리티시 헤리티지를 만천하에 알리며 런던이 자타공인 비스포크 강국임을 상기시켰습니다.

런던이 모든 비스포크를 장악하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취약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안경입니다. 본래 비스포크 안경도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으나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무료 안경 배포 정책이 있고부터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이 정부기관에서는 시민의 볼 권리 진작을 위해 1948년부터 1992년까지 40여 년간 7가지 안경을 대량 생산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습니다. 무료 안경 치고는 디자인이나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까지는 단체 사진을 찍으면 같은 안경을 쓴 사람을 발견하는 게 예사였습니다. 사회 전반에 준 혜택의 총합은 올라갔지만, 안경 장인들은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스러져 갑니다.

NHS가 무료 배포를 중단한 후에도 오랜 공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틈새를 대기업이 파고 들었습니다. 현재 영국 안경 시장의 70% 이상을 스펙세이버스(Specsavers), 부츠(Boots), 비전 익스프레스(Vision Express), 테스코T(esco) 등 대기업이 차지합니다. 상황이 바뀌자 오히려 소비자들의 고민만 더 늘었습니다. 안경테 디자인의 종류가 늘어나 수백 가지 안경 더미들 속에서 눈을 둘 곳을 잃기 때문입니다. 안경 끼고 벗기를 반복하면서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얼굴과 어울리는지, 착용감이 좋은지, 가격은 얼마인지, 어떤 색상이 있는지 등을 여러 안경테들과 비교하는 와중에 진이 빠져 버려 안경점 주인이 추천하는 무난한, 혹은 유행하는 안경테로 떠밀리듯 선택하게 됩니다. 매일 사용하는 필수품에다 평균 100파운드(약 15만 원) 이상 소요되는 중대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비스포크를 다시 말하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안경 맞추는 경험을 총체적으로 리뉴얼하겠다는 사명 하에 탄생한 비스포크 안경점 ‘큐비츠(Cubitts)’가 있습니다. 2014년에 <가디언(The Guardian)>이 올해의 스타트업으로 선정하고, 2016년에 스타트업 어워즈(Startups Awards)에서 올해의 리테일 비즈니스상(Retail Business of the Year)을 수여하는 등 꾸준하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입니다. 비스포크 매장으로는 드물게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브리티시 클래식을 빈티지 감성으로 재해석한 독창적인 디자인이라든지, 수고를 아끼지 않는 핸드 메이드 제작 과정 등도 큐비츠의 인기비결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과 퀄리티만으로는 큐비츠의 눈에 띄는 행보를 다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비스포크에 있어 영국만큼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곳도 없는데, 역사와 전통의 장인도 아닌 큐비츠가 어떻게 비스포크 안경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큐비츠의 인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스포크를 보다 폭넓게 접근해야 합니다. 고객이 말하는 대로 만드는 좁은 의미의 비스포크는 물론, 기성품일지라도 본인에게 꼭 맞는 선택을 하도록 도울 수 있으면 그것 역시도 넓은 의미의 비스포크인 셈입니다. 특히 일상의 템포가 빨라져 기다릴 여유가 줄어들고, 넘쳐나는 선택지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나만의 제품을 고르기 어려워진  시대로 바뀜에 따라 비스포크를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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