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까지 충전하는 초콜릿 가게 • 다크 슈가즈

May 26, 2021
기분까지 충전하는 초콜릿 가게 • 다크 슈가즈

런던에는 크고 작은 초콜릿 강호들이 넘쳐납니다. 낄 틈 없어 보이던 영역에서 초콜릿 가게 ‘다크 슈가즈’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초콜릿은 유럽’이라는 공식 따르지 않고, 카카오 원산지인 아프리카에 주목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결과물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까지도 알고 싶은 게 팬들의 마음입니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의 아동용 소설을 스크린에 펼쳐 놓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도 ‘윌리 웡카(Willy Wonka)’ 초콜릿에 대한 팬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은 누구나 먹고 싶어 하는 초콜릿을 생산하지만 누구도 출입할 수 없던 곳입니다. 스파이들이 직원을 가장해 공장을 드나들며 레시피를 빼내가자 윌리 웡카가 직원들을 모두 내쫓고 공장을 비밀리에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그가 후계자를 찾기 위해 공장 견학 초대권인 황금 티켓 5장을 초콜릿 포장에 담아 유통시키자 맛의 비결을 알고 싶던 전 세계 팬들이 들썩거립니다.

황금 티켓을 거머쥔 5명의 어린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초대받아 공장을 견학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공장 내 구역을 넘어갈 때마다 한 명씩 탈락하면서 마지막 한 명의 후계자가 남기까지의 과정을 풍자와 해학을 담아 묘사하는 것이 영화의 중심이지만, 퇴사준비생에게는 공장 내부의 운영 방식이 눈에 더 들어옵니다. 공장 곳곳에 윌리 웡카 초콜릿이 차별적 경쟁력을 갖는 이유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는 공장에서 제품 생산은 자동화 기계가 아니라 ‘움파 룸파(Oompa-Loompas)’족이 담당했습니다. 공장 문을 닫은 이후 창업자 윌리 웡카가 카카오 열매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 정글을 탐험하던 중 이들을 발견했는데, 카카오라면 사족을 못 쓸만큼 카카오에 애정을 가진 부족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초콜릿 공장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윌리 웡카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고 공장에서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카카오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춤과 노래를 즐기는 부족이라 공장 내부에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쿨한 흥겨움이 흐릅니다. 이런 부족이 만들어내는 초콜릿의 맛은 기계처럼 일하는 직원들이 찍어내는 초콜릿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 내부에서 첫 번째로 공개하는 구역은 ‘초콜릿 낙원’입니다. 액상 초콜릿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강이 되어 흐르는 곳입니다. 여기서 윌리 웡카는 중요한 건 ‘폭포’이고 폭포로 휘저어야 기포가 풍부해진다고 강조하며, 폭포로 초콜릿을 휘젓는 공장은 여기뿐이라고 덧붙입니다. 제조 방식의 핵심적인 차이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초콜릿을 휘젓는 수단이 다르니 초콜릿의 감도는 맛에 차별성이 생깁니다.

‘발명의 방(The inventing Room)’도 윌리 웡카 초콜릿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윌리 웡카가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하는 이 방에선 신제품을 연구개발합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영원히 녹지 않는 캔디를 만들거나 밥을 먹지 않고도 포만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씹기만 해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껌을 개발하는 식입니다. 발명으로 표현할 만큼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판매 방식에 대한 윌리 웡카의 상상력도 주목할만합니다. 그는 전파를 통해 텔레비전 화면을 전송하듯, ‘텔레포터’ 방식으로 초콜릿을 배송하는 세상을 준비합니다. 텔레비전에 윌리 웡카 초콜릿 광고가 나올 때, 시청자들이 초콜릿을 먹고 싶다면 텔레비전 안으로 팔을 뻗어 초콜릿을 꺼내 먹을 수 있는 현실을 꿈꾸는 것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때문에 가능한 상상입니다.

윌리 웡카의 비즈니스 감각을 보면 윌리 웡카 초콜릿이 세계 최고의 초콜릿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가상의 세계가 끝나면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도 초콜릿처럼 녹아내려 현실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초콜릿 마니아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초콜릿 매장은 없을까요? 런던의 브릭 레인 마켓(Brick Lane Market)에 황금 티켓 없이도 출입이 가능한 ‘다크 슈가즈 코코아 하우스(Dark Sugars Cocoa House)’가 있습니다.

전통이 아닌 정통을 선택한 초콜릿 가게

다크 슈가즈 코코아 하우스의 창업자인 파토우 니앙가(Fatou Nyanga)는 코코아의 매력에 빠져 1999년에 스피탈필즈(Spitalfields) 노상에서 트러플 초콜릿을 팔았습니다. 그러다 그녀만큼이나 코코아에 대한 열정이 있던 폴 서더랜드(Paul Sutherland)를 만나 초콜릿 사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합니다. 그와 함께 보로우 마켓(Borough Market)으로 자리를 옮겨 초콜릿을 팔기 시작했지만, 이내 한계를 느낍니다. 여느 초콜릿 매장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카카오 원산지인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갑니다. 윌리 웡카가 공장 폐쇄 후 더 나은 카카오 열매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간 것과 유사한 행보입니다. 그녀는 초콜릿 전문가 쇼콜라티에(Chocolatier) 자격증을 따며 유럽 초콜릿의 전통적인 권위에 기대기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가나의 코코아 농장에서 3년 여의 시간을 보내며 코코아를 재배하고 연구하면서 경험을 쌓습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2013년에 폴 서더랜드와 함께 브릭 레인 마켓에 ‘다크 슈가즈’라는 간판을 걸고 매장을 오픈합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카카오 함유량이 높은 정통의 초콜릿을 선보이자 고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가능성을 확인한 그녀는 아프리카를 원산지 표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아 ‘다크 슈가즈 코코아 하우스’를 본점 근처에 오픈합니다. 2호점인 다크 슈가즈 코코아 하우스는 보통의 초콜릿 가게와는 다른 모습인데다가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과의 공통분모가 있어 초콜릿 마니아들의 달콤한 환상을 채워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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