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은 식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 데일스포드

May 26, 2021
오가닉은 식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 데일스포드

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시점에서 배의 방향키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만약 데일스포드가 자신의 업을 유기농 제품 소매업으로 정의했다면,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거나 판매 채널의 확장에 방점을 찍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일스포드는 스스로를 다르게 정의하면서 틀을 넘어선 확장을 선택했습니다. 데일스포드가 그려가는 비즈니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6차 산업? 4차 산업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6차 산업이 등장하는 건 낯설지 모릅니다. 하지만 6차 산업은 산업 진화의 순차적 단계가 아니라 1차 산업인 농, 축, 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 가공업 그리고 3차 산업인 판매, 서비스업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개념입니다. 1차, 2차, 3차 산업의 세 숫자를 곱하면 6이라는 뜻에서 6차 산업으로 불립니다.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1차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6차 산업의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모쿠모쿠' 농장입니다. 모쿠모쿠 농장을 방문하는 연간 방문객 수는 50만 명, 연 매출은 6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농장은 축산 농가 10여 곳이 모여 만든 곳으로, 가축 사육은 물론이고 육가공 제품 생산도 하며, 젖소 우유짜기, 소시지 만들기 등 80여개의 체험 프로그램과 식당과 온천창 등의 휴양시설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쌀과 채소류 등의 식재료를 도시 소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배송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모쿠모쿠 농장은 순수하고 투박한 농장의 모습을 통해 자연 그대로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런던에도 모쿠모쿠 농장처럼 농장으로 시작해 2차, 3차 산업으로 확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유기농 농장을 운영하며 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데일스포드(Daylesford)입니다. '셀프리지스(Selfridges) 푸드홀의 미니어쳐'나 '코츠월드(Cotswolds)의 하비 니콜스(Harvey Nichols)'라고 불리는 데일스포드는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고급스럽고 세련된 브랜드입니다. 데일스포드는 1호점을 개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트 모스(Kate Moss), 엘리자베스 헐리(Elizabeth Hurley) 등 런던의 트렌디한 유명인들의 방문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유명인들의 덕을 보긴 했지만, 유명세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데일스포드는 유기농의 범위를 식재료 이상으로 확장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건강한 식재료가 진미를 만들어 내듯, 건강한 철학으로 비즈니스를 키워 온 데일스포드의 행보를 주목할 만한 이유입니다.

  • 셀프리지스: 런던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
  • 코츠월드: 데일스포드 농장이 위치한 지역명
  • 하비 니콜스: 고급 식료품으로 유명한 런던의 백화점

정체성을 쌓아올린 과거

한국의 백화점은 여러 브랜드에 장소를 임대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임대업자입니다. 하지만 런던의 백화점은 임대업자라기보다는 플래그십 스토어 또는 편집숍에 가깝습니다. 백화점 자체 브랜드를 판매하여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플래그쉽 스토어이며, 백화점의 컨셉에 맞는 브랜드를 입점시킨다는 점에서 편집숍입니다. 고급 홍차 판매점으로 시작한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 Mason) 백화점의 경우, 1층에서 자체 브랜드의 홍차, 비스킷, 찻잔 세트 등을 판매하고, 다른 층에서는 타사의 고급 식료품이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합니다. 자사 제품으로 정체성을 세우고, 입점 브랜드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데일스포드가 정체성을 쌓는 방법도 런던의 백화점과 닮아 있습니다. 자사 브랜드인 '데일스포드'를 중심으로 지향점이 비슷한 외부 제품을 함께 판매해, 탄탄한 정체성과 함께 견고한 구색을 갖춥니다.

데일스포드는 1980년대에 영국의 귀족 뱀포드(Bamford) 가문이 스태퍼드셔(Staffordshire) 주와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주에 농장을 만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안의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농장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곧 유기농법의 순기능에 대해 알게 된 그들은 자신들의 농장을 유기농 농장으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데일스포드는 넓은 초원에서 돼지, 소, 닭 등의 가축을 방목하고, 살충제나 농약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사법으로 과일과 채소를 재배했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는 햇수가 늘어날 수록 농장의 규모와 범위가 점차 커져 생산하는 제철 과일과 채소만 3백 가지 이상에 이르렀고, 직접 기른 가축에서 나오는 우유로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시설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십년 간 '영국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농장'을 지향하며 가꾸어 온 유기농 농장은 데일스포드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데일스포드의 농장에서 재배한 식재료들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식료품입니다. ⓒ트래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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