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람을 기다리는 마음

Jun 4, 2021
[에세이] 바람을 기다리는 마음

#응우라라이 공항  #안티프래질  #돌발 변수

똑같은 불인데 촛불과 모닥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바람이 불 때 둘 사이의 본질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촛불은 바람에 꺼지지만, 모닥불은 바람을 만나면 더 활활 타오릅니다. 촛불은 외부의 충격에 약한 반면, 모닥불은 외부의 변화가 있을 때 더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모닥불은 바람을 기다립니다.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월가의 현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쓴 또 다른 책인 《안티프래질》 서문에 나오는 비유입니다. 충격에 약하다는 말인 ‘프래질Fragile’에 반대를 뜻하는 ‘안티Anti’를 붙여서 만든 안티프래질의 의미처럼, 이 책은 외부의 충격이 있을 때 더 강해지고 진화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문득 《안티프래질》 서문의 소제목인 ‘바람을 사랑하는 법’이 떠오른 이유는, 콜라보 프로젝트를 위해 방문한 발리의공항에서 우연히 발견한 문구 때문입니다.

‘Waiting for the waves’

이 문구에 바람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바람을 기다리는 서퍼들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바람이 없는 잔잔한 파도가 아름다운 해변일텐데, 서퍼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서퍼들에겐 잦은 파도가 있어야, 서핑의 고수라면 키를 훌쩍 넘을 만큼의 파고가 있어야 바람직한 바다입니다. 마치 바람이 불어야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듯, 바람이 만들어내는 파도가 변화무쌍해야 서퍼들의 흥이 솟아납니다. 안티프래질의 성향을 가진 셈입니다.

서퍼들의 바람을 담은 문구를 보면서 머릿속을 폭풍처럼 휘젓던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콜라보 프로젝트로 ‘혼행혼자하는 여행’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혼행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발리에 왔지만, 짧은 일정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외부의 변수가 없어도 될까 말까한 일정인데, 모든 과정이 현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돌발 변수를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으니, 방법은 모닥불처럼 혹은 서퍼들처럼 바람을 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일어날 돌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였던 해외 취재의 경험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적의 방법입니다.

바람이 불수록 모닥불이 더 낭만적으로 타오르고 바람이 파도를 밀어붙일수록 서핑이 더 신이 나듯이, 바람이 부는 것처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수록 프로젝트도 흥미진진해질 것을 압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팬으로서 안티프래질 성향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에 공감하기에 걱정하기보다 설렘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닥불이나 서퍼처럼 바람을 기다리고 싶진 않습니다. 결과물을 무사히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입니다. 물론 바람이 분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요.

발리를 여행하는 동안 어떤 외부 변수가 바람처럼 불지 모르지만,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발리를 재해석해 보려 합니다. 혼행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발리가 다르게 보일테니까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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