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베끼고도 떳떳한 편집의 기술

Jun 1, 2021
[에세이] 베끼고도 떳떳한 편집의 기술

#V&A 뮤지엄 #오리지널이 된 카피캣 #3D 프린터로 만든 예술

베낀 작품이 버젓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남몰래 베낀 게 아닙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The statue of David)’,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The school of Athens)’, 로마 시대의 ‘트라야누스 기둥(Trajans’ column)’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변형한 것도 아닙니다. 원작을 있는 그대로 복제했습니다. 이름 모를 뮤지엄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런던을 대표하는 뮤지엄 중 하나인 ‘V&A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캐스트 코트(The Cast Courts)’ 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보통의 경우 원작을 전시하는데, 어떤 연유로 V&A 뮤지엄은 캐스트 코트 관을 복제품으로 가득 채워 놓았을까요?

V&A 뮤지엄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나면 캐스트 코트 관에 펼쳐진 역설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V&A 뮤지엄을 열 당시, 영국은 산업 혁명으로 인해 기술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예술적 수준은 뒤처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의 전반적인 미적 감각을 향상시키고 아티스트를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V&A 뮤지엄을 설립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소장품들을 전시했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조각, 회화 등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작품들은 소장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교육을 위해 시민들을 유럽 대륙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을 보내 최고의 작품들을 복제해서 영국으로 가져와 캐스트 코트 관에 전시했습니다. 물론 불법 복제는 아니고, 1867년에 유럽 대표들이 모여 예술 작품들을 복제해 공유하자는 국제 조약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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