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너드가 존중받는 사회

Jun 1, 2021
[에세이] 너드가 존중받는 사회

#인텔 뮤지엄 #혁신의 기록 #너드 웨어

혁신을 거듭했던 기업도 스스로의 역사를 혁신적으로 보여주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실리콘 밸리 여행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인텔 뮤지엄’을 방문했었는데, 혁신의 기록은 있었지만 기록의 혁신은 없어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아까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 공간을 둘러보는 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자극과 영감을 충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기록 중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5G를 설명하는 코너였습니다. 5G가 더 빠르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슬이 통과하는 속도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반복해서 떨어지는 구슬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함께 온 중국인 엄마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5G 쪽이 코스가 더 긴데 구슬이 왜 더 빠르게 통과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궁금해 하는 아들에게 자기는 답을 해줄 수가 없어서 물어본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낯선 이방인에게 서툰 영어로 물어볼 만큼 용기를 낸 엄마의 마음을 모를 리 없지만, 저는 답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유를 몰랐으니까요. 5G 코스는 4G 코스와 달리 구슬이 두 갈래로 갈라져 떨어진다는 점은 알 수 있었는데, 두 갈래로 갈라진 각 구슬이 더 긴 코스를 어떻게 더 빨리 통과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설명을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대답에 중국인 모자는 자리를 옮겼지만, 저는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나름의 답을 찾고 싶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5G가 얼마나 더 빠른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5G가 왜 더 빠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름 모를 중학생이 남기고 간 자극을 뒤로한 채 뮤지엄을 서둘러 나오려는데, 출구 쪽에 적혀 있는 인텔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Robert Noyce)’의 말에 또 한 번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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