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기로 작정해서 100만 원이 넘는 호텔 • 에트 헴

Jun 2, 2021
평범하기로 작정해서 100만 원이 넘는 호텔 • 에트 헴

바야흐로 부티크 호텔의 전성시대입니다. 독창적 컨셉으로 무장한 중소형 호텔들이 전 세계 여행자들의 스테이 경험을 다채롭게 만듭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가정집’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컨셉을 내세우지만, 주말 1박에 무려 100만 원이 넘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이 있습니다. 고급 주거 단지의 아름답고 오래된 저택을 새단장해 문을 연 럭셔리 부티크 호텔 '에트 헴(Ett Hem)'입니다. 에트 헴은 스웨덴 가정집 특유의 따뜻하고 차분한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내 마치 오랜 친구의 집에 놀러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호텔입니다. 무엇이 특별하기에 가정집을 지향하는 호텔이 '럭셔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일까요?

힙하다는 여행객들은 요즘 혹스턴 앓이 중입니다. '더 혹스턴(The Hoxton)'은 런던 쇼디치(Shoreditch)에 1호점을 둔 부티크 호텔로, 암스테르담, 파리, 브루클린, 포틀랜드 등 힙하다는 도시에는 빠지지 않고 문을 열어 성업 중입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더 혹스턴 방문을 인증하며 유명세를 탔지만, 누구보다 트렌드에 발 빠른 유명 인사들이 '그냥' 갔을리 만무합니다. 더 혹스턴에는 그 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더 혹스턴 파리의 오픈된 로비, 레스토랑, 바 공간입니다.

"주위의 거리와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오픈 하우스 호텔(Open house hotels, inspired by the streets and scenes that surround them)"

더 혹스턴의 슬로건입니다. 말 그대로 더 혹스턴은 호텔이 자리한 주변에서 영감을 받은 호텔입니다. 그래서 '더 혹스턴'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지만, 호텔에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각기 다른 인테리어를 선보입니다. 다만 모든 지점이 지역의 무드를 세련된 룩으로 재해석한 로비를 오픈된 공간에 두고, 이 곳에 매일 문을 여는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해 숙박객이 아닌 현지인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습니다. 전 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도시에 위치한 호텔을 그 곳에 사는 현지인들이 방문하자, 힙한 도시 사람들이 궁금한 여행객들의 선택이 이어집니다.

호텔의 공용 공간뿐만 아니라 호텔 객실에서도 오래된 호텔업의 묵은 때를 벗겨 냈습니다. 먼저 호텔 서비스 이용에 따른 과도한 추가 요금을 지양해 숙박객들이 마음 놓고 호텔의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와이파이가 무료인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을 배려해 국제 전화도 무료입니다. 아침부터 배불리 먹는 대신 간단히 아침을 먹는 추세를 고려해 과일, 요거트, 그래놀라 정도로 구성한 가벼운 '아침 식사 쇼핑백'을 매일 아침 방문 고리에 걸어 둡니다. 이 또한 무료입니다. 게다가 다른 호텔에서는 최소 2배 이상 비싼 미니 바와 달리 더 혹스턴에서는 주변 슈퍼마켓과 같은 가격으로 미니 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부가 서비스를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로컬에서 영감을 받은 호텔답게 로컬 사회와 상생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로비의 예술 작품, 벽지, 객실 가구 등을 큐레이션할 때에도 최대한 호텔이 위치한 주변 지역 사회에서 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직원 유니폼을 만들기도 하고, 한정판인 더 혹스턴 굿즈를 제작해 호텔 로비에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지역 문화를 알리는 문화 이벤트도 인기가 좋습니다. 더 혹스턴은 현지의 문화를 매력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며 이 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으로 숙박객들의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호텔 이상의 호텔

옛날 저택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에트 헴 호텔의 외관입니다. ⓒEtt Hem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더 혹스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로컬의 가치를 조명하고, 호텔의 역할을 재정의한 호텔이 있습니다. 외교관 사저들이 즐비한 스톡홀름의 고급 주거 단지 내에 위치한 저택을 개조해 만든 '에트 헴(Ett Hem)'이라는 호텔입니다. 에트 헴의 전신인 이 저택은 1910년 지어진 개인 소유의 건물로, 오랜 세월의 흔적에 이 곳에 살던 여러 주인들의 개성이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랫 동안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식문화와 건축,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자넷 믹스(Jeanette Mix)는 가족과 함께 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다가 이 저택을 발견하고 이 곳에 사는 대신 호텔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리모델링된 객실의 모습입니다. 객실 한 켠의 벽난로가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Ett Hem

스웨덴어로 에트 헴(Ett Hem)은 ‘집(A home)’을 의미합니다. 이 이름에는 해외에서 자신의 집을 찾아온 친구를 대접하는 듯한 호텔을 만들고 싶어한 창립자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친구의 여름집에서 그들의 가족과 함께 몇 주 간의 장기 휴가를 같이 보내는 북유럽의 문화적 특성도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에트 헴은 스웨덴 가정집의 포근한 감성을 럭셔리 부티크 호텔의 안목으로 재현했습니다. 원래 저택의 침실과 서재들은 객실로 리모델링되었으며, 거실, 주방 등은 로비와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호텔에 숙박한다기보다 누군가의 대저택에 방문한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늘 고객들을 위해 상시 대기 중인 직원들과 셰프들이 있어 고급 호텔에서 기대할 법한 친밀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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