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다움’ 찾기 • 파운드 무지

May 25, 2021
숨은 ‘다움’ 찾기 • 파운드 무지

‘파운드 무지’에서는 무인양품의 제품이 아니라 일본 곳곳에서 발견한 무인양품’스러운’ 제품을 판매합니다. 무인양품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곳이자, 무인양품의 팬을 위한 매장입니다.

〈리디자인 - 일상의 21세기〉

성냥이나 화장지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친근한 제품들을 다시 디자인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전시회입니다. 그래픽 디자인, 광고,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관점이 뚜렷한 32명의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각자에게 소재를 제시하고 리디자인이라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일상의 제품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거나 개량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재해석을 통해 기존 디자인과의 ‘차이’ 속에서 디자인을 발견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모든 작품이 인상적이지만 ‘리디자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냥과 화장지의 리디자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성냥의 리디자인은 조명 디자이너 멘데 카오루가 맡았습니다. 떨어진 나뭇가지 끝에 발화제를 입힌 모양입니다. 땅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에게 지구로 환원되기 전 마지막 일을 시켜보자는 발상입니다. 인간과 불의 몇백만 년에 걸친 관계, 그리고 불이 가진 창조와 파괴의 가능성을 소박하게 담아낸 디자인입니다. 게다가 바쁜 일상 때문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던 나뭇가지의 아름다움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성냥을 재해석하여 디자인한 멘데 카오루의 성냥입니다. ⓒNippon Design Center

화장지의 리디자인은 건축 디자이너 반 시게루가 담당했습니다. 그는 가운데 종이심을 원형이 아닌 사각형으로 만들고 거기에 화장지를 감았습니다. 이 화장지를 휴지걸이에 걸어 사용하면 휴지를 잡아당길 때 달가닥하는 저항이 발생합니다. 의도적인 불편함을 만들어 자원 절약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둥근 화장지가 쉽게 풀리는 만큼 휴지를 낭비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메시지입니다. 또한 둥근 화장지는 그 형태 때문에 수납할 때 틈이 크게 발생하지만 휴지심을 사각형으로 하면 틈이 줄어들어 수납공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종이로 만든 친환경적 건축물로 유명한 반 시게루는 네모난 화장지를 통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상기시킵니다. ⓒNippon design center

이 전시회는 일본의 4개 도시에서 개최된 후 영국 글래스고를 시작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을 순회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일상의 재발견이 갖는 의미를 전 세계가 공감한 것입니다. 이 전시회를 이끈 사람이 하라 켄야입니다. 그는 전시회뿐 아니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계·폐막식 프로그램 등의 대형 이벤트들도 지휘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리디자인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로서 무인양품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낸 것입니다. 추상적인 화두를 상업적인 성공으로 증명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합니다.

이름 없이 이름을 알리는 역설

무인양품은 26개국에 7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이지만, 시작은 지금의 모습과 달랐습니다. 무인양품은 기업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아니라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프라이빗 브랜드(Private brand)였습니다. 프라이빗 브랜드인 만큼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제품의 생산 과정을 간소화해 간결하고 값이 싼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름을 내세우기보다 품질에 충실하기 위해 브랜드 이름도 상표 없는 양질의 물건이라는 뜻의 ‘무인양품’으로 지었습니다.

1980년 출시 당시에는 생활용품 9개와 식품 31개 등 총 40개의 품목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생활 잡화 브랜드였습니다. 이름보다는 품질을 앞세운다는 브랜드의 의미와 ‘이유가 있어서 싸다’는 캐치프레이즈와 실제로 간결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이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라이빗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1983년에는 도쿄 아오야마에 독립 매장을 냈으며, 1989년에 주식회사 양품계획으로 독립하며 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췄습니다.

1983년 아오야마에 개점한 무인양품 1호점의 모습입니다. ⓒ무지 홈페이지

일본의 장기 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 일본 경제는 성장하지 않았지만 무인양품은 440%의 매출 성장과 1만 700%의 영업이익 증가를 이뤄내며 1999년에 1066억 엔의 매출과 133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매장만 내면, 신제품만 만들면 팔렸기 때문에 성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칠 것 없던 무인양품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2001년 들어서 38억 엔의 적자를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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