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동안 타는 성냥을 개발한 이유 • 히비

May 25, 2021
10분 동안 타는 성냥을 개발한 이유 • 히비

라이터의 보급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성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이유를 가질 수 있을까요? '불을 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문질러서 불을 붙이는 행위'로 성냥의 본질적 가치를 정의하면 존재감이 사라진 성냥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히비'는 어떻게 성냥의 본질적 가치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을까요?

<성냥팔이 소녀>는 잔혹한 동화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계를 위해 소녀가 성냥을 팔러 거리로 나왔지만 성냥을 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혼이 나기 때문에 그녀는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길모퉁이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거리는 분주했지만, 사람들은 소녀에게 무관심했습니다. 그녀는 손이라도 녹이고자 팔지 못한 성냥을 켰습니다. 추위를 피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성냥에 불을 붙이니 따뜻한 난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성냥 불이 꺼지면서 사라집니다.

우연인가 싶어 성냥불 하나 더 켜봅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성냥을 켤 때마다 꿈에 그리던 장면들이 환영처럼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성냥불의 따뜻함보다는 성냥이 타는 동안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기 위해 성냥을 켜기 시작합니다. 몇개를 더 켜니, 돌아가신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소녀는 성냥불이 꺼지면 할머니도 사라져버릴까봐 남은 성냥을 다 켜고, 마지막 성냥이 타들어갈 때까지 할머니와 포근한 재회에 행복해하다 미소를 지으며 동사했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가난했던 시대상, 메말랐던 인심 등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지만 동화가 잔혹하게 끝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후지타 카즈히로'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는 동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요괴소년 호야>를 만듭니다. 만화잡지 <주간 소년 선데이>을 통해 1990년에 첫선을 보인 이 만화는 그해 상이란 상을 모두 휩쓸며 역대급 만화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34권의 완결된 장편 만화로 누계 판매량이 3000만부를 넘었고, 2015년에는 <주간 소년 선데이> 연재 당시의 내용을 복원해 단행본으로 발간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가 있습니다.

후지타 카즈히로는 성냥팔이 소녀를 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요괴소년 호야>을 시작했지만, 7년에 걸쳐 써내려간 만화의 마지막권에서는 시작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합니다. 소녀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몸을 움츠리고 울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싸워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녀를 구해주기 위해서 만화를 통해 소년들에게 7년 동안 싸움을 시켰지만, 결국 소녀가 자기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성냥을 팔던 소녀를 글로만 봤던 후지타 카즈히로는 그녀가 취했어야 했던 행동에 대한 교훈을 뒤늦게 얻은 반면, 성냥을 팔던 중년인 '고베 성냥'의 대표 '마스후미 사가야마'는 성냥을 사지 않는 시대를 몸소 체험하며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멀어진 성냥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컨셉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10분은 휴식을 위한 시간

고베 성냥 회사의 성냥팔이 중년이 성냥의 부활을 위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디자인의 변화였습니다. 레트로 유행에 맞춰 디자인 회사인 '트렁크 디자인'과 함께 복고풍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성냥갑을 출시했습니다. 반응이 있었습니다. 보통 성냥갑이 12개들이 1세트에 250엔~300엔 수준인데, 디자인을 바꾸니 5개 들이 1세트가 600엔에 팔렸습니다. 주로 20~30대 여성 고객들이 구매했다는 사실도 그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같은 제품을 팔아도 보여주는 방식을 바꾸니 가치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유행이 지나자 매출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그는 껍데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성냥을 팔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성냥이 갖는 본래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생각을 고쳐봅니다. 라이터의 보급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성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불을 붙이는 도구로써 성냥'이 아니라 '성냥을 문질러서 불을 붙이는 행위'가 그가 생각하는 성냥의 본질적 가치였습니다. 그래서 성냥이 갖는 감성적인 속성에 향기라는 또다른 가치를 덧입혀 기존에 없던 제품인 '히비(Hibi)'를 만들었습니다.

'10분 동안의 아로마(10 minutes aroma)'.

히비의 컨셉입니다. 성냥에 아로마향을 입혀 성냥이 타는 짧은 시간 동안 아로마향을 맡으며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향을 통한 아로마를 휴식 시간을 상징하는 10분 동안에 라이터 등의 별도의 인화장치 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한 때는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었지만 이제는 고전이 된 성냥과 향을 결합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다시 일상의 제품으로 복원시키려는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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