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땅에 우뚝 솟은 문구점 • 이토야

May 25, 2021
가장 비싼 땅에 우뚝 솟은 문구점 • 이토야

‘이토야’는 100년이 넘은 문구점입니다. 하지만 긴자의 명품 매장들과 견줄 만큼 눈에 띕니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자리 잡아서가 아니라,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갖춰온 결과입니다. 시간을 이기는 이토야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필름회사 전성시대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코닥, 독일의 아그파, 일본 후지필름의 시장 지배력은 막강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열리자 필름회사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살아남은 건 일본의 후지필름. 하지만 필름 사업을 대폭 축소했고, 신사업인 화장품 사업으로 탈출구를 찾았습니다. 후지필름은 안티에이징 화장품 브랜드인 ‘아스타리프트’를 출시해 1년 만에 100만 개를 판매하고, 세계 뷰티 어워즈 6관왕을 수상하며 화장품 사업을 통해 부활에 성공합니다.

필름을 만들던 회사에서 화장품을 출시한 것이 낯설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필름과 화장품 사이에는 콜라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콜라겐은 필름의 산화 현상을 막는 역할뿐만 아니라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70년 넘게 필름을 연구하며 콜라겐 성분을 개발했던 후지필름이 화장품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기에 회생이 가능했습니다.

후지필름 사례처럼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날로그라는 이유로 기존 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만이 방법일까요? 100년이 넘은 문구점 ‘이토야’는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시간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색한 위치에 당당한 매장

긴자는 임대료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비싼 땅이자, 일본에서는 가장 비싼 상권입니다. 그래서 긴자 거리는 주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명품 매장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명품 매장 말고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긴자 거리에 문구점 이토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0년 전부터 긴자에서 시작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조의 선견지명으로만 바라보기엔 현재의 모습이 위풍당당합니다.

이토야는 12층 건물과 6층 건물 전체를 본관과 별관으로 사용합니다.

긴자에 있는 이토야는 1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어 명품 매장들과 견줄 만큼 눈에 띕니다. 게다가 12층짜리 공간이 부족해 뒤편에 6층짜리 별관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12층짜리 건물은 ‘G.이토야’로 ‘머물고 싶은 매장’을 콘셉트로 하여 2015년에 리뉴얼했고, 6층짜리 별관은 ‘K.이토야’로 ‘어른들의 비밀 아지트’를 콘셉트로 2012년에 오픈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정면승부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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