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맡는 향기를 만드는 향수 가게 • 조 러브스

May 26, 2021
몸으로 맡는 향기를 만드는 향수 가게 • 조 러브스

조 말론 런던의 창업자인 조 말론은 이름을 딴 브랜드를 에스티 로더에 매각했습니다. 큰 돈을 벌었으니 누리며 살 법도 한데, 향수에 대한 열정까지는 매각할 수 없어 ‘조 러브스’를 런칭합니다. 다시 만든 향수 가게는 어떻게 다를까요?

“예술적 성공과 상업적 성공,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어느 기자가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에게 물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둘 다 아닙니다. 저는 취미가 직업이고, 직업이 취미입니다. 제가 취미로 만든 물건을 고객들이 돈을 주고 사서 즐깁니다. 이 자체가 제게는 동기 부여입니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작품을 사줄 때 디자인에 대한 저의 즐거움이 합리화됩니다. 저처럼 마음껏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경우는 꽤 드문 일일 것입니다.”

직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대답입니다. 그의 말처럼 취미가 직업이고 직업이 취미인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톰 딕슨 외에도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불리는 런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다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클래식한 남성복에 위트를 더한 폴 스미스(Paul Smith), 영국 시골 가정집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프린트가 특징인 캐스 키드슨(Cath Kidston), 현대적인 플라워 디자인의 서막을 연 제인 패커(Jane Packer) 등이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런 브랜드들은 대부분 창업자의 이름과 브랜드 이름이 같습니다. 비즈니스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한다는 뜻입니다.

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도 창업자 조 말론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조 말론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을 전략적 판단 하에 글로벌 화장품 그룹인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에 매각하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 건강상 문제가 생겨 경영에서 손을 뗍니다. 돈을 벌만큼 벌었을테니 편안하게 즐기며 살 법도 한데, 조 말론은 좋아했던 일인 조향에 대한 애정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조 러브스(Jo Loves)’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향수 업계로 돌아옵니다.

‘향수계의 에르메스(Hermès)’라 불리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지만, 조 말론은 원래 향수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던 피부 관리사였습니다. 피부 관리에 필요한 화장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조향에 대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향수 산업에 과감히 발을 들였습니다. 물론 조향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궤도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조향에 대한 감각만큼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탁월해야 합니다. 그녀는 전통의 강호들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어떻게 열정 하나로 시작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을까요? 그녀는 향수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그녀가 일구어낸 비즈니스의 향기 역시 향수만큼이나 감각적입니다.

#1. 고객의 향기는 기회를 남긴다

그녀는 피부관리사인 어머니 밑에서 일하다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 25세 때 독립했습니다. 변변한 공간도 없었지만 어머니 가게에서 알게 된 12명의 고객들의 집에서 피부 관리를 해주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12명의 고객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함께 성장시킬 팀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의 만족으로부터 나오는 입소문이 가장 정직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부 관리나 향수같이 사적인 소비일수록 친한 친구의 추천이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조 말론은 사업의 출발점이었던 12명의 고객들을 ‘창립 고객(Founding clients)’이자 ‘마케팅 팀’으로 부릅니다. 초기 고객들이 회사를 일으킨 창립 멤버와 상응하는 역할을 했다는 뜻입니다.

12명의 고객에서 시작된 입소문은 원심력이 생겨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그녀가 만든 화장품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여기에다가 그녀는 고객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면 배스 오일을 선물했는데, 이 선물의 반응 또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품은 물론 선물도 남다르니 고객들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수요가 생기자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조 말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향수 가게를 열었습니다. 개점 이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5년치 목표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조 말론 향수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샤넬(Chanel), 디올(Dior),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등 기라성 같은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던 향수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장세였습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대하는 방식이 달랐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고객들을 마케터로 바라보니,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도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향수 브랜드들은 평가사(Evaluator)와 상담하고, 평가사가 향수 제조사(Perfumer)에게 전반적인 컨셉을 전달해 향수를 제조했습니다. 조 말론은 이러한 업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봤습니다. 향수 브랜드와 향수 제조사가 직접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섬세한 향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향기로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향수에 매력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판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마케터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향수의 이미지가 아니라 향기가 고객들의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향기가 매력적인 향수를 개발하기 위해 평가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향수 제조사와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조향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가 만들어낸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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