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아닌 일상을 위한 주방용품 매장 • 조셉 조셉

May 26, 2021
요리가 아닌 일상을 위한 주방용품 매장 • 조셉 조셉

주방용품을 만드는 ‘조셉 조셉’의 창업자인 조셉 형제는 요리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제품들은 전문가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주방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때로는 몰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승리하는 군대는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후 전쟁을 시작하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키고 승리를 기대한다.”

병법의 교과서이자 최고의 전략서로 손꼽히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무턱대고 전쟁에 참여할 일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판을 짜고 전쟁을 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도치기 현에는 《손자병법》의 조언에 따른 듯, 기존의 시장에서 승산 없는 게임에 전력을 소비하기보다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낸 카메라 판매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토 카메라’입니다. 사토 카메라는 정체된 카메라 시장 속에서 대형 가전 전문점들과의 전면전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기존 시장 내에 있는 고객을 흡수하지 못할 바에야 새로운 고객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합니다.

사토 카메라는 카메라를 잘 아는 전문가가 아니라, 카메라를 잘 모르고 심지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메라를 판매합니다. 카메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카메라를 잘 아는 사람들보다 구매동기는 낮을 수 있지만,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기존 시장 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잠재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사토 카메라의 비결은 접객에 있습니다. 카메라를 팔기 위한 접객이 아닌, 카메라나 사진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내고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돕는 접객에 집중합니다.

사토 카메라의 접객은 시간도 길고, 주제도 다양합니다. 고객들과의 상담은 매장 안의 편안한 소파에서 최대 5시간까지도 이어지는데, 카메라 활용법, 촬영 기술, 인근의 촬영 장소 등 카메라에 대한 모든 것을 대화로 나눕니다. 내점한 고객들이 사진의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또한 대화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고객들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등을 매장에서 인화해서 함께 보며, 어떤 사진을 좋아하고, 어떤 촬영을 원하는지 등을 파악합니다. 이렇게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을 추천하니 구매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사토 카메라만의 독특한 접객의 결과는 놀랄 만합니다. 사토 카메라는 도치기 현 내에만 18개 점포를 유지하며 20여 년간 도치기 현 내 카메라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켜냅니다. 여기에다가 영업 이익률은 40%를 웃돌아 시간을 투자하는 접객이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음을 증명합니다. 헤비 유저인 전문가들을 좇았다면 달성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 더 나아가 아직 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잠재 고객을 타깃하니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런던에도 사업 분야는 다르지만 사토 카메라처럼 포화 시장 속에서 전문가가 아닌 일상의 사용자들을 타깃하여 전통의 강호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만든 브랜드가 있습니다. ‘조셉 조셉(Joseph Joseph)’입니다.

조셉 조셉은 2003년에 쌍둥이 형제인 앤서니 조셉(Anthony Joseph)과 리차드 조셉(Richard Joseph)이 유리 도마를 생산하던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아 설립한 회사입니다. 기존의 유리 도마에 쟁반과 냄비받침 겸용으로 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워크톱 세이버(Worktop Saver)’가 시장의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키친웨어(Kitchenware) 브랜드인 조셉 조셉을 키워가기 시작합니다.

이후 조셉 조셉은 도마를 비롯해 다양한 키친웨어에 톡톡 튀는 색깔과 장난감 같은 디자인으로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 전문가들에겐 소꿉장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평범한 가정의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에겐 눈에 띄는 제품들입니다. 조셉 조셉은 영국은 물론, 유럽,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팬을 보유한 브랜드로 성장했는데, 이 정도의 성장을 위트있는 디자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토 카메라처럼 깊이 있는 접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을 재정의하며 조셉 조셉만의 ‘다름’으로 주방용품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조셉 조셉의 시작점인 워크톱 세이버는 도마, 쟁반, 냄비받침 등 3가지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입니다. ⓒJoseph Joseph

#1. 제품 정의를 다르게

키친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준비, 조리, 제공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도구, 기기, 용기’입니다. 그래서 키친웨어 브랜드들은 제품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요리를 하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놓고 경쟁합니다. 하지만 조셉 조셉은 완성도 높은 제품보다는 더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듭니다. 그래서 때로는 기능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창업자인 조셉 형제도 그 한계를 인정하지만 이런 제품을 더 원하는 고객층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온전한 고민 끝에 내놓는 불완전한 제품들에 대한 조셉 조셉의 자신감에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조셉 조셉은 그들의 제품을 요리를 위한 도구가 아닌 일상을 위한 도구로 정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 도구로서의 기능성보다는 일상 제품으로서의 사용자 경험에 집중합니다. 인덱스(Index) 도마가 대표적입니다. 이 도마는 하나의 두꺼운 도마가 아니라 4개의 얇은 도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개의 도마에 식재료 아이콘이 그려져 있는 인덱스를 붙여 식재료별로 다른 도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식재료 간 맛과 냄새가 섞이는 것을 방지하고 그날의 요리에 맞는 도마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기분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설거지를 아무리 깨끗이 해도 생선류를 손질하던 도마에서 채소를 썰면 비린내가 배여 맛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는데 인덱스 도마를 사용하면 재료의 맛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날마다 먹는 음식이 다를테니 인덱스에 그려져 있는 아이콘과 도마의 색깔에 따라 육류, 생선류, 채소, 조리식품 중 용도에 맞게 사용하며 요리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요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도마를 4개로 컬러풀하게 구분하여 세워둘 수 있게 디자인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보관이 애매했던 도마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일상적 공간인 주방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하는 건 덤입니다.

인덱스 도마(좌)는 식재료 별로 다른 도마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제품으로,‌‌라이프 스타일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고객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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