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셰프없는 스시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롤 바

Jun 7, 2021
전문 셰프없는 스시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롤 바

고객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원합니다. 가격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비용을 낮춰 그만큼 가격을 인하하거나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가치를 산출하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현명한 돌파구로 비용은 낮추되 가치는 높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이런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비즈니스를 구현한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시가 아닌 것 같은 스시,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오마카세를 닮은 서비스로, 고객 경험의 품격은 높이고 가격의 허들은 낮춘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롤 바(Kazunori: the original handroll bar)’입니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일본어로 ‘믿고 맡긴다’는 뜻입니다. 원래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주방장에게 메뉴를 일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님이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이 그 날의 좋은 재료를 활용해 눈 앞에서 바로 만든 스시를 알맞은 순서로 손님에게 제공합니다. 전문가인 셰프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마카세의 매력입니다. 게다가 카운터석에 앉아 정갈한 차림의 셰프가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셰프가 즉석으로 만들어 준 신선한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입니다.

스시 오마카세의 인기는 뉴욕에서도 유효합니다. 미들급 스시 오마카세만 해도 1인당 약 150~200달러(약 16만 5천~22만 원)정도이고, 하이엔드 오마카세는 인당 300달러(약 33만 원)를 훌쩍 넘기도 하지만 많은 뉴요커들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스시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찾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도 높은 가격은 여전히 대중에게 문턱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고급 스시 오마카세의 인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대중화된 스시도 등장했습니다. '와사비(Wasabi)'와 같은 그랩 앤 고(Grab&go)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마트의 델리 코너에서도 스시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오마카세 서비스는 없지만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스시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대중들에게 인기입니다. 이처럼 스시는 고급화와 대중화의 길을 함께 걸으며 까다로운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습니다.

고급 스시는 가심비를, 대중적인 스시는 가성비를 노립니다. 그 다음은 가심비와 가성비 모두를 잡을 차례입니다. 맨해튼에 위치한 '스시 온 존스(Sushi on Jones)'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저렴한 가격의 오마카세 코스를 구성하며 새로운 포지션을 개척합니다. 스시 온 존스에서는 12피스 스시 오마카세를 58달러(약 6만 4천 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스시 오마카세의 반 정도되는 가격에 숙련된 셰프가 신선한 재료로 스시를 즉석으로 만들어주니, 비싼 가격의 스시집에 비견할 만한 퀄리티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스시 온 존스의 매장 내부입니다. ⓒSushi on Jones

스시의 재료도, 셰프의 기술도 그대로인데 무엇이 스시 온 존스의 가격을 낮추었을까요? 스시 온 존스에는 다른 스시집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식사 시간 제한입니다. 스시 온 존스에서는 1인 코스당 30분의 제한 시간을 두어 테이블의 회전율을 높입니다. 보통의 오마카세 스시집에서 최소 1시간 반 정도의 여유를 두고 셰프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천천히 식사를 즐기는 것과 달리, 스시 온 존스에서는 스시의 높은 품질과 오마카세 서비스, 그리고 합리적 가격에 집중합니다. 회전율이 다른 스시 레스토랑에 비해 3배 이상 높으니, 객단가가 낮아도 같은 시간 내에 비슷하거나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시 온 존스의 전략에도 복병은 있습니다. 회전율이 아무리 높아도 예약이 꽉 차지 않는 비수기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낮추기 힘든 원가와 전문 셰프의 인건비 등의 비용 관리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오마카세의 여유를 즐길 수 없다는 점 또한 양날의 검입니다. 덕분에 가격이 낮아지긴 했지만 30분 안에 식사를 마칠 바에야 아예 가격이 더 낮은 저가 스시집에 고객의 마음이 기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스시가 아닌 듯 스시인 스시

스시 온 존스의 짧은 식사 시간이 아쉽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신선한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즉석 스시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카즈노리: 디 오리지널 핸드 롤 바(이하 카즈노리)'입니다. 카즈노리는 스시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스시인 메뉴를 판매해 획기적인 방식으로 스시 오마카세를 재구성합니다.

카즈노리의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테이블은 없고 긴 카운터석만 있습니다. 카운터 안 쪽에 셰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앞에 앉은 고객에게 주문한 음식을 바로 만들어 앞에 놓아 줍니다. 한 눈에 보기에는 여느 고급 스시 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조금 가까이서 보면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셰프들이 만드는 스시는 우리가 익숙한 '니기리 스시(にぎりずし, 밥 위에 횟감이 올라간 일반적인 스시의 형태)'가 아닌 김으로 재료를 말아서 제공하는 '마키(巻き)', 영어로는 '핸드롤'의 형태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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