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가게에서 파는 5000개의 시계 • 놋토

May 25, 2021
5평 가게에서 파는 5000개의 시계 • 놋토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를 차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not’는 시계 매장을 열었습니다. 명품도 아니고, 업력도 없는데 5평 매장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정장처럼 시계를 맞춰주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하구루마 봉투’는 봉투와 편지지 세트, 코스터 등의 종이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하구루마 봉투의 특징은 디자이너에게 완성품을 의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구루마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디자인은 고객이 자기만의 상품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수단입니다. ‘자기만의 상품을 만드는 체험을 한 고객만이 상품과 브랜드에 애착을 가진다’는 스기우라 사장의 철학 때문입니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보다 고객의 정서가 깃든 디자인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맞춤제작은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한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탄생시킵니다. 취향이 확고한 고객들은 그곳에 가야만 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단골손님이 됩니다. 그래서 맞춤제작 방식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에 유리합니다. 한편으론 공산품에 비해 인건비도 많이 들고, 원가가 높은 맞춤제작 방식이라는 특성 탓에 가격이 비싸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가방, 신발, 양복과 같은 고가 제품일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해집니다. 고가 제품의 맞춤제작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도쿄의 기치조지에는 고가 제품의 대표격인 시계를 맞춤제작 하는 5평 남짓한 가게 ‘Knot’가 있습니다. Knot는 2014년에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맞춤제작 시계를 판매하기 시작한 업체입니다. 온라인 매장 오픈 후 첫해의 목표 판매량인 5000개를 4개월 만에 판매했고, 2016년부터는 매월 1만 개의 시계를 생산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구매력을 갖춘 고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서일까요? 시작부터 주목받았던 Knot의 인기가 여전히 유효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기치조지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Knot 매장 전경입니다.

#1 모두가 바라던 시계의 시작

Knot의 대표 엔도는 루미녹스(Luminox)를 시작으로, 베링(BERING), 스카겐(SKAGEN) 등의 유럽 브랜드 시계를 일본에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 시계 대리점을 15년 동안 운영했습니다. 그러던 2012년, 미국의 시계 브랜드 파슬(FOSSIL)이 스카겐을 인수하면서 일본 내 유통 채널을 대리점이 아닌 직영점 체제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대리점들은 스카겐을 판매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엔도는 독자 브랜드를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이 약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패션’으로 다시 정의하고자 했습니다. 렌즈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안경을 도구가 아닌 패션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처럼, 시계의 역할도 유사하게 변할 것이라 봤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평범한 세일즈맨들이 ‘패션’을 위해 마치 옷을 사듯 시계를 살 수는 없었습니다. 수십만 엔을 호가하는 명품시계는 하나를 갖기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저렴한 브랜드의 시계를 사자니 디자인도, 성능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래서 취향을 저격하는 디자인이면서 품질이 좋은 시계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로망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엔도는 이런 잠재고객들을 위해 ‘Made in Japan’ 시계를 1만 엔대의 가격에 제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Knot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고,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마쿠아케(Makuake)’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Knot의 콘셉트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 목표액의 5배인 500만 엔을 달성했습니다. 온라인 채널에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런칭한 Knot는 기치조지 매장 오픈을 위해 2차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두 번째 펀딩에서는 ‘영구회원(Eternal members)’ 자격을 핵심 리워드로 내세웠습니다. 영구회원에게는 평생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한정판 시계에 몇 번째 투자자인지를 각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영구회원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습니다. Knot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1차 펀딩의 2배가 넘는 금액인 1181만 엔을 모금했고, 20~30대 고객에게 Knot의 탄생을 알렸으며, 영구회원으로 대표되는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 타깃이 모이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제한된 기간’ 내 ‘한정판’ 판매의 효과를 실속 있게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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