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보는 눈 기르기 • 공부한 만큼 보인다

Jul 15, 2021
[노하우] 보는 눈 기르기 • 공부한 만큼 보인다

여행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 여행을 떠날 차례입니다. 보통은 여행 계획을 세운 후부터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가 여행의 과정에서 시간이 가장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죠. 하지만 퇴사준비생의 여행을 떠나려면 이 기간에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보는 눈을 길러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행지에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을까요?

현상에는 뒷모습이 있다

운송 회사 '페덱스' 광고입니다. 'GROWTH'라는 단어가 옥외광고판처럼 크게 적혀 있는데, 어쩐지 그 모양이 이상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GROWTH가 좌우 반전되어 있죠. 글자의 뒷면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글자 뒤에서 페덱스 직원들이 물건 분류, 관리, 운송 등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GROWTH라는 가슴 뛰는 단어를 보지만, 그 뒤에는 성장을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이 광고에서 보는 눈을 기르는 데 필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보는 눈을 기른다는 건 페덱스 광고처럼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는 힘을 키운다는 뜻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잘 보는 것은 기본이고요. 여행에서 방문하는 곳 중에 그냥 만들어진 공간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인코딩(Encoding)해서 현실에 구현한 거죠. 다만 인코딩이 잘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 뿐입니다. 퇴사준비생의 여행은 앞선 생각을 바탕으로 인코딩이 잘 된 곳을 찾아 나서는 여정입니다. 그런 공간을 찾아 디코딩(Decoding)해 보면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거죠.

현상의 뒷모습에 다가서기 위해 필요한 것

디코딩을 하려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분석해보고 상상해봐야 합니다. 이 때 필요한 게 배경지식입니다. 현상의 뒷모습은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려고 아무리 마음 먹어도 관련한 지식이 없다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계속에서 눈에 맴돌 뿐이죠. 이번에는 페덱스 로고를 예로 들어 볼게요.

페덱스의 로고는 신속함과 정확함이라는 업의 핵심을 잘 표현한 로고로 평가받습니다. 비즈니스의 특성을 군더더기 없이 드러내 디자인 상을 수십 차례 수상하기도 했죠. 하지만 페덱스의 로고를 보면 타이포만 가지고 평범하게 로고를 디자인한 거 같은데, 업의 핵심은 도대체 어디에 표현된 걸까요?

E와 X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살표가 보입니다. 이 화살표로 신속함과 정확함을 표현한 거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화살표가 눈에 보이는 이유는 그래픽 디자인에 '양'의 영역과 '음'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양의 영역은 글자나 이미지가 표현된 부분을 뜻하고 음의 영역은 그 외의 여백을 의미하는데, 페덱스처럼 음의 영역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전달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다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표현한 다양한 결과물들을 디코딩해볼 수 있죠.

디코딩을 위한 공부는 따로 있다

페덱스 로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아는 만큼 보입니다. 그래서 공부의 범위가 넓어질 수록 눈에 보이는 것들이 늘어나죠. 그렇다고 무작정 공부를 할 수는 없으니 선택을 해야 할 텐데, 어떤 영역을 공부해야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디코딩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경영 전략, 비즈니스 모델, 조직 관리 등 비즈니스에서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퇴사준비생의 여행에서 필요한 공부의 우선순위를 3가지만 꼽아보자면 '행동 경제학', '디자인', '브랜딩/마케팅' 입니다.

A. 행동 경제학
행동 경제학은 사람이 이성적이고 이상적으로 움직인다고 전제하는 경제학에 의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사람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합리적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연구하는 거죠. 행동 경제학을 공부하다보면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는 말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행동을 예측해 선택을 유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행동 경제학을 기반으로 행동을 유도하고 선택을 설계한 결과물을 고객 관점으로 보면 공간에서의 경험이 됩니다. 이를 다시 비즈니적인 언어로 바꾸면 '고객 경험'이 되는 거죠. 그래서 행동 경제학은 현장에서의 다양한 고객 경험을 이해하는 단초가 됩니다.

B. 디자인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츠타야를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적자본론>에서 설명했듯,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가 오고 있죠. 모두가 디자인 직군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각자가 머릿속에 그리는 기획을 현실에서 구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디자인하지 않는 혹은 디자인할 줄 모르는 디자이너도 포함하는 개념이죠. 또한 디자인 에이전시 '넨도’나 'IDEO'가 강조하듯 디자인은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공부하면 누군가의 앞선 생각이 어떻게 결과물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거나 여행하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있죠.

C. 브랜딩/마케팅
브랜딩과 마케팅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고, 엄연히 다르지만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관계입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을 구분하는 학문적 정의야 복잡 다단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심만 단순화해 볼게요. 위트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브랜드가 '우리는 위트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팝니다'라고 알리는 건 마케팅이고, 고객이 '저 브랜드는 위트가 있네'라고 말하는 게 브랜딩입니다. 결국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기다움이 있어야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마케팅을 제대로 해야 브랜딩이 가능해지는 거죠. 홍성태 교수님이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설명하듯,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어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공부하면 각 브랜드가 저마다의 자기다움을 고객의 머리와 마음 속에 포지셔닝시키기 위해 시도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발견하지 못하면 디코딩은 없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행동 경제학, 디자인, 브랜딩/마케팅 등을 공부하는 건 현상의 뒷모습을 보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다해도, 현장에서 현상 자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현상의 뒷모습을 디코딩할 기회조차 생기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만큼이나 현상을 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현상을 더 잘 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A. 호기심을 되찾는다
여행지에서 발견할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일 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렸을 적 호기심 대장이었죠. 모든 것이 새로우니 어른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대상을 아이는 눈여겨보고, '이건 뭐야?', '이건 왜 그래?'를 입에 달고 삽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때는 모든 것이 새로울 거란 기대로, 아이일 때 누구나 예외없이 충만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무뎌져버린 호기심을 소환해보는 거죠. 이것만으로도 여행에서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B. 문제를 인식한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인식하고 정리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누구나, 언젠가, 한번쯤 들어봤을 '아르키메데스 일화'를 참고하면 문제를 인식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죠. 아르키메데스는 왕으로부터 한 가지 과제를 받았습니다. 장인이 가져온 왕관이 정말 순금으로 만든 건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죠. 한참을 고민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그는 머리도 식힐 겸 목욕탕에 갔습니다. 탕에 몸을 담갔다가 탕 밖으로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그는 소재별 비중으로 순금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목욕탕에서 물이 넘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텐데, 머릿속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 그제서야 물이 넘치는 현상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이처럼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혹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현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C. 연습을 반복한다
호기심을 되찾고, 문제를 인식한다고 해서 안 보이던 현상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연습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치 축구 경기를 할 때 게임을 하기 전에 몸을 푸는 것처럼요. 연습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평소에 가는 식당에서, 카페에서, 혹은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에서 새로운 점이나 다른 점을 발견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식당은 좌석 배치를 1인 좌석 중심으로 구성해서 회전율이 높아졌네', '이 카페의 음료 가격이 주변 카페 대비 현저히 낮은 걸 보니 다른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겠네' 등과 같은 식이죠. 이렇게 여행을 가기 전에 연습량을 늘려보면 현지에서 볼 수 있는 양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보는 눈을 기르다 보면 어느새 여행을 떠날 날이 됩니다.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실전이 시작되는 거죠.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드디어 도착한 여행지에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퇴사준비생의 여행처럼 여행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다음 편에서 현지에서 취재를 더 잘하기 위해 고려하고 실행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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