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요리하는 튀김 가게 • 쿠시야 모노가타리

May 25, 2021
손님이 요리하는 튀김 가게 • 쿠시야 모노가타리

주어진 시간은 90분.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선 2500엔에 꼬치튀김과 대게를 무한정 먹을 수 있습니다. 정교하게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손님도, 가게도 즐거울 수 있는 곳입니다.

“남에게 일을 시키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하면 된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중 ‘신나는 페인트칠’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이모가 시킨 페인트칠을 하기 싫었던 톰은 친구들 앞에서 일부러 즐겁게 페인트칠을 합니다. 어찌나 신나 보이는지 친구들이 한 번만 칠해봐도 되냐고 애걸복걸입니다. 결국 친구들이 사과며 공깃돌이며 애장품을 갖다 바치고 나서야 톰은 선심 쓰듯 페인트 솔을 건넵니다. 일을 덜어낸 톰도, 남의 일을 대신 한 친구도 모두 행복한 결말입니다. 톰의 영악함이라기보다 동기부여에 대한 삶의 지혜에 가깝습니다.

튀김 가게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는 손님 모두가 남의 일을 대신 합니다. 원하는 꼬치를 골라 자리로 가져와서 튀김옷을 입힌 후 직접 튀깁니다. 다른 곳에서는 모두 가게가 해주는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일본 전역 노른자위 지역에 140여 개 지점으로 확장하며 흥행을 이어가는 걸 보면, 일을 시키는 가게도 일을 대신 하는 손님도 즐거운 곳임이 분명합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톰 소여의 지혜를 어떻게 발휘했는지 궁금해집니다. 가게 일을 대신 해주며 손님이 이득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무엇을 했는지 따라가 봅니다.

신주쿠 한복판에 널찍이 자리하고 있는 튀김가게 쿠시야 모노가타리의 전경입니다.

손님 이득 #1 뷔페라는 환상

‘쿠시아게’는 해산물, 육류, 야채 등을 꼬치에 끼워 튀겨먹는 음식을 말합니다. 1929년 오사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가게 주인이 노동자에게 고기를 튀겨준 것이 시초라 전해질 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입니다. 튀김옷이 두꺼운 편이라 적은 돈으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쿠시아게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어엿한 요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평균 가격대가 꼬치당 150~200엔 정도로 형성되었습니다.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대여섯 개만 먹어도 한 끼 식사비가 나오기에 마냥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런 쿠시아게 20여 종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고, 여기에 값비싼 대게 다리까지 2500엔에 맘껏 먹을 수 있다면? 열다섯 꼬치만 먹어도 본전이라는 계산이 번뜩 머릿속을 스칩니다. ‘쿠시아게 뷔페’라는 타이틀이 주는 흥분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에는 고구마, 감자, 양파, 호박, 가지, 버섯 등의 야채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 그리고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 등 육해공의 다채로운 꼬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치즈춘권, 다코야키, 도넛, 다진 감자 등 흔치 않은 튀김 재료도 있습니다. 뷔페에 가면 으레 그렇듯이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됩니다. 뷔페가 아니고 낱개로 사 먹었다면 쿠시아게에만 2500엔이라는 거금을 쓸 수 있었을까요? 열다섯 꼬치나 먹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손님들은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 쿠시아게를 먹는 데에 2500엔이라는 큰돈을 쓰지만 값어치 이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깝게 느끼지 않습니다. 없던 수요를 창출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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