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키친처럼 립스틱을 만드는 매장 • 립 랩 바이 바이트

Jun 7, 2021
오픈 키친처럼 립스틱을 만드는 매장 • 립 랩 바이 바이트

누구나 화장대에 몇 년 째 자리만 차지하는 립스틱이 있기 마련입니다. 유행하는 컬러라, 화장품 매장 직원의 권유에, 예뻐 보여서 등 다양한 이유로 구매한 립스틱이지만, 정작 자신과 어울리지 않아 감상용 립스틱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립스틱의 색깔을 선택하는 일은 색 자체가 예쁜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눈썰미가 여간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색의 립스틱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립스틱의 발림성, 향까지 고려하면 더욱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뉴욕 소호에 위치한 '립 랩 바이 바이트(Lip lab by Bite)'에서라면 몸에 꼭 맞는 맞춤 셔츠를 입은 듯, 각자의 피부톤과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립스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립스틱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특히 오픈 키친 구조를 가진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더 신선하고 맛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이 주방 내부를 볼 수 있는 구조 덕분에 정갈한 복장의 셰프가 음식을 집중해서 만드는 과정을 보며 음식을 기다리니, 제공될 음식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도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오픈 키친 구조에서 만든 음식이나 개방되지 않은 주방에서 만든 음식이나 맛은 똑같은데, 고객의 심리 때문에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Franck Fife

이에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조교수인 라이언 W. 부엘(Ryan W. Buell)과 그의 연구팀은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이들은 실제 레스토랑에서 2주간 4가지 상황을 설정했습니다. 4가지 상황은 셰프와 손님이 서로를 보지 못하는 상황, 다이닝 공간의 태블릿 PC를 통해 손님만 셰프를 볼 수 있는 상황, 셰프만 주방에서 화면을 통해 손님을 볼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셰프와 손님이 서로를 다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변인들은 통제해 설정한 상황 외에 모든 요소들은 동일하게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서비스 수준과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손님만 셰프를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서로를 보지 못하는 첫 번째 상황과 동일한 수준의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즉, 고객의 심리가 실제로 느끼는 음식의 맛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 셰프와 손님이 서로를 볼 수 있는 상황은 서로를 보지 못하는 상황 대비 만족도가 17.3%나 상승하여 고객 만족도 상승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고객과 셰프 간의 투명성이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향상시킨 것입니다. 그렇다면 셰프만 고객을 볼 수 있는 상황의 만족도는 어땠을까요? 이 경우에도 고객 만족도가 무려 10%나 상승했습니다. 셰프가 손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맛과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 것입니다. 자리를 옮겨 같은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 이유는 고객의 반응이 셰프들에게 강한 동기 부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셰프가 객관적으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셰프가 고객을 볼 수 없었던 상황에서는 고객의 주문 시점이나 반응을 모르기 때문에 미리 계란 요리를 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계란을 접시에 담아 종종 너무 많이 익힌 계란을 고객에게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셰프가 즉각적으로 고객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주문에 따라 더 자주 계란을 요리하고 음식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수렴해 조리법이나 메뉴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즉 고객과 셰프 간의 투명성 덕분에 실제로 음식이 더 맛있어진 것입니다.

맨하탄 소호에 위치한 립 랩 바이 바이트의 매장 전경입니다. 오른쪽 공간은 접객을 하는 공간이고, 연구실처럼 생긴 왼쪽 공간에서는 립스틱을 제조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이런 오픈 키친의 효과는 요식업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제품의 제조 과정을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여 주고,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를 유연하게 변경하여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원리를 지킨다면 어떤 업종과도 결합이 가능합니다. 뉴욕 소호에는 오픈 키친의 원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립스틱 전문점 '립 랩 바이 바이트(Lip lab by Bite)'가 있습니다. 립 랩 바이 바이트는 화장품 브랜드 '바이트 뷰티(Bite beauty)'가 만든 비스포크 립스틱 매장으로, 셰프가 오픈 키친에서 요리를 하는 것처럼 고객이 보는 앞에서 즉석으로 립스틱을 제조하는 오픈 연구실입니다. 립스틱 매장이 제조 과정을 공개하고, 게다가 맞춤 립스틱을 만들어 준다니 다소 생소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는 생소함이기에 낯선 새로움이 아닌 공감되는 차별성으로 다가옵니다.

믿을 수 있도록 보여 드립니다

립스틱은 매일 바르는 화장품 중에서도 입술과 접촉이 가장 많고, 메이크업 시 빠지지 않는 화장품입니다. '평생 먹는 립스틱의 양'에 대한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소량이지만 매일 입으로 들어가는 화장품인 만큼, 성분이나 제조 과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발림성, 발색력 등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화학 성분을 첨가합니다. 소비자들은 립스틱이 제조되는 환경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화학 성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체에 유해한 것도 아니고, 공정도 깨끗하리라 믿지만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믿음은 막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트 뷰티는 기존 립스틱의 성분에 문제 의식을 갖고 '청결한(Clean)', '비건(Vegan)',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Cruelty-free)', '글루틴 없는(Gluten-free)'를 내세우는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바이트 뷰티는 '베어 물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브랜드명처럼 먹어도 될 만큼 좋은 성분을 사용하고, 캐나다 토론토에 립스틱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공장을 자체적으로 설립했습니다. 기존 화장품 생산 공장에서는 특정 합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는 립스틱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이트 뷰티의 기성 립스틱에는 합성 성분 대신 코코넛 오일, 석류 등 슈퍼 푸드에서 추출한 성분이 가득합니다. 이런 바이트 뷰티가 즉석으로 립스틱을 만드는 매장, 립 랩 바이 바이트를 런칭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픈 키친의 전제 조건이 청결한 주방과 신선한 식재료인 것처럼, 오픈 연구실의 전제 조건도 깨끗한 환경과 좋은 재료입니다. 립 랩 바이 바이트는 바이트 뷰티가 자신들이 인체에 무해한 성분을 사용해 깨끗한 환경에서 립스틱을 제조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공간입니다. 매장 곳곳에는 립스틱 원료와 배합을 위한 설비가 있고, 이것들을 활용해 립스틱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에게 보여주어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합니다. 립 랩 바이 바이트의 철저한 위생과 투명한 매장을 통해 바이트 뷰티의 공장 환경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립 랩 바이 바이트는 토론토에 위치한 립스틱 공장의 매장 버전인 셈입니다. 립 랩 바이 바이트에서 만든 즉석 립스틱을 통해 쌓은 신뢰도는 바이트 뷰티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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