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보다 숟가락이 필요한 참치 전문점 • 마구로 마트

May 25, 2021
젓가락보다 숟가락이 필요한 참치 전문점 • 마구로 마트

‘마구로 마트’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곳에는 숟가락으로 퍼먹는다는 재미 이상의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만한 참치 전문점입니다.

도쿄 외곽에 있는 지바 현의 미즈노야 베이커리에서는 ‘하시코 벤또’라는 케이크를 판매합니다. 직사각형의 통에 담아 휘핑크림과 각종 과일로 토핑을 한 이 케이크의 가격은 500엔에 불과합니다. 일본 스타벅스에서 460엔에 판매하는 작은 조각 케이크와 가격은 비슷한데 양도 많고 맛도 좋으니 손님들에게 인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밀은 생크림 아래에 숨어 있습니다.

롤케이크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버려지는 가장자리 부분을 도시락 박스에 담아 판매하는 것입니다. 롤케이크를 만들다 보면 팔기는 모호한 양쪽 가장자리가 남습니다. 모양이 이쁘지 않아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일하는 직원들이 간식거리로 먹거나 그냥 버립니다. 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맛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시코 벤또는 이처럼 버려지는 부위를 모아 생크림을 뿌리고 제철 과일을 올려 새로운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가장자리 도시락’을 뜻하는 ‘하시코 벤또’입니다. 다양한 롤케이크의 가장자리 부분을 모았기에 여러 롤케이크의 맛을 볼 수 있으며, 간혹 비싼 롤케이크 부분을 맛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습니다. 버려지는 부위를 활용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면 만족은 2배가 됩니다. 손님은 저렴한 가격으로 요리를 맛볼 수 있고, 가게는 남는 부위를 낭비 없이 활용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재료의 단가가 높은 제품일수록 버리는 부위를 최소화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세계 최대의 수산시장으로 일컬어지는 쓰키지 경매시장에서 한 마리에 평균 2000만 원을 호가하는 참치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참치 전문점 ‘마구로 마트’는 참치 판매에서 남는 부위의 효용을 극대화했습니다. 하지만 가게에서 버리는 부위를 손님이 바라는 부위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높이는 것 이상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참치와 숟가락의 상관관계

마구로 마트는 2011년 도쿄 나카노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던 종이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참치 전문점입니다. 참치의 여러 부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참치 전문점은 쓰키지 같은 산지 근처에 있어 참치의 신선도를 강조하거나, 긴자 같은 도심이어서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마구로 마트는 산지와도 도심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역에서 내려 주택가 골목길 사이사이를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심지어 점심장사는 하지 않고 저녁에만 영업을 합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찾기도 힘들고 식사 예약도 어려운 참치 전문점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테이블마다 놓인 숟가락에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 사이에 위치한 마구로 마트의 전경입니다.

육류는 뼈에 붙은 고기 자체가 하나의 요리입니다.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이 다른 부위보다 맛있으며, 조리 과정에서 뼈의 풍미가 고기에 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육류와 달리 참치의 나카오치(등뼈에 붙은 갈빗살)는 그 자체로는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뼈와 붙어 있어 손질이 힘들고 손질을 해도 깔끔하지 않아 사시미로서 상품가치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맛은 일품입니다. 참치 갈빗살은 참치 부위 중 가장 기름지고 고소합니다. 그래서 다른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됩니다. 갈빗살을 갈아 덮밥으로 만든 마구로동(참치덮밥)이나 초밥으로 만든 네기토로(군함말이초밥)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구로 마트에서는 같은 부위를 다른 방법으로 살렸습니다. 신선한 참치 갈빗살 본연의 맛을 정직하게 맛볼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젓가락 대신 숟가락을 들게 했습니다. 고객들에게는 길이 40센티미터의 기름지고 부드러운 참치 갈빗대가 통째로 제공되고, 손님들은 숟가락으로 갈빗대의 사이사이를 긁어 먹습니다. 갈빗살을 손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격도 2000엔으로 비교적 저렴합니다.

마구로 마트 대표 메뉴

가게는 모든 부위를 남김없이 팔 수 있기에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고객은 신선한 참치회를 저렴하게 그리고 재밌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 메뉴는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어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남는 부위와 숟가락을 제공한다고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몰려드는 것은 아닙니다. 참치의 각 부위가 다양한 맛을 내며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듯, 마구로 마트의 다양한 노력이 조화를 이루며 인기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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