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닌 상황을 파는 편집 키트 • 맨즈 소사이어티

May 26, 2021
제품이 아닌 상황을 파는 편집 키트 • 맨즈 소사이어티

사람들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주는 효용을 삽니다. 그래서 제품을 샀을 때 누릴 수 있는 효용을 공감시킬 수 있어야 고객들의 지갑이 열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렇다면 제품의 효용을 와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정의하고 부각시키면 됩니다. 결국 제품이 아니라 상황을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판매 방식이 낯설다면 런던 곳곳의 편집숍들에서 만날 수 있는 편집 키트 브랜드인 '멘즈 소사이어티(Men's Society)'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드릴을 구매한 사람은 무엇을 산 것일까요?

바보같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이자 <마케팅 마이오피아> 논문으로 유명한 '시어도어 래빗(Theodore H. Levitt)' 교수의 현명한 설명을 듣고 나면 질문이 다르게 보입니다. 시어도어 래빗 교수는 그의 저서인 <<마케팅 상상력>>에서 광고인 '레오 맥기니바(Leo McGinneva)'의 말을 인용하며 드릴을 구매하는 사람은 드릴이라는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드릴로 뚫을 수 있는 구멍에 돈을 지불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제품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제품이 가져다 주는 효용을 구매한다는 뜻입니다.

그의 설명처럼 고객들이 효용을 사는 것이라면 제품을 파는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일본의 가전제품 회사인 '쟈파넷다카타'가 대표적 예입니다. 이 회사는 사양을 자랑하기 보다는 효용을 제시하며 보이스레코더를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타깃에게 팔 수 있었습니다. 쟈파넷다카타는 비즈니스맨의 전유물이었던 보이스레코더를 어떻게 워킹맘에게 팔 수 있었을까요? 창업자인 '다카다 아키라'가 TV홈쇼핑에 나와서 제품 소개한 내용을 보면 비결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직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죠? 엄마가 없어 아이는 쓸쓸할 겁니다. 그런데 보이스레코더에 이런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학교 잘 다녀왔어? 엄마 아직 회사인데 간식 냉장고에 넣어놨으니까 꺼내 먹고, 숙제도 얼른 해놔.' 어떻습니까? 이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이도 좋아하겠죠? 쓸쓸함도 조금 줄어들 겁니다."

보이스레코드를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워킹맘들의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잘 팔리는 한 줄 카피>>에 소개된 보이스레코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제품의 사양보다 효용을 알려주는 것이 고객들의 지갑을 여는데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례에서 제품의 효용을 부각시키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워킹맘이라 아이의 하교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워킹맘들이 이런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보이스레코드의 효용에 공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제품이 아니라 효용을 사는 것이라면, 효용을 결정하는 상황을 정의할 수 있어야 제품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물론 상황을 정의하는 판매 방식은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런던에 있는 곳곳의 편집숍들에서 만날 수 있는 편집 키트 브랜드인 '멘즈 소사이어티(Men's Society)'를 들여다보면 상황을 판매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멘즈 소사이어티는 틴케이스에 여러 가지 제품을 담아 키트로 판매합니다. ⓒMen's society

#1. 일상 속 작은 상황을 주목한다

멘즈 소사이어티는 '남성들을 위한 품질 좋은 선물'을 표방합니다. 타인에게 주는 선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을 지향하기에 키트 패키지의 디자인이 감각적입니다. 한 손에 잡힐 만한 크기의 매끈한 틴케이스에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으로 키트의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디자인에 이끌린 시선이 키트의 이름에 닿으면, 잠재적 니즈를 깨닫고 구매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상황을 키트 이름에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용 키트에는 '멀리 가는 여행 키트(Stow away travel kit)', '주말 여행 세면 키트(Weekender wash kit)', '야간 비행 서바이벌 키트(Red eye survival kit)' 등이 있습니다. '여행 키트'를 판매하면서 여행의 상황을 장거리, 단거리, 비행 시간대 등에 따라 세분화해 각 상황에서 발생하는 니즈들을 꼼꼼히 채워줄 제품들로 편집한 것입니다. 멀리 가는 여행 키트에는 물을 부으면 부피가 커지는 1회용 얼굴 수건이 5개가 들어 있고, 야간 비행 키트에는 안대와 호텔 욕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배쓰 오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작은 상황 속 작은 니즈에 집중하자 제품이 긁어 주는 가려운 부위가 좀 더 명확해 집니다.

멀리 여행을 갈 때 필요한 제품들이 담겨 있는 스토우 어웨이 트래블 키트입니다. ⓒMen's society
야간 비행 시 피로감은 덜어주고 상쾌함은 더해 줄 레드 아이 서바이벌 키트입니다. ⓒMen's society

또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제품들은 필요성에 대한 즉각적인 인지를 상기시켜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필수 키트(Bike riders essential kit)', '골퍼들의 필수 키트(The golfers essentials kit)', '스키 서바이벌 키트(The ski survival kit)'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스키, 자전거, 골프 등 각 스포츠에 취미가 있는 남성들이라면 한 번쯤 눈길이 갈 키트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인생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주목하며 잠재 고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키트도 있습니다. '초보 아빠 서바이벌 키트(New daddy survival kit)'는 아기 돌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빠들이라면 솔깃할 만한 제품 이름입니다. 이 키트에는 아기 기저귀를 갈 때 코를 막을 수 있는 코집게와 기저귀 가방, 아기가 잠들었을 때 아빠도 숙면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안대와 귀마개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일상을 도와 주는 제품은 특정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강력한 제품 구매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특정 상황에 놓인 지인에게 센스 있는 선물을 하고 싶은 구매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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