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만으로 정면 승부하는 샐러드바 • 농가의 부엌

May 25, 2021
야채만으로 정면 승부하는 샐러드바 • 농가의 부엌

역설적이게도 보통의 샐러드바는 채소가 메인이 아닙니다. 드레싱에 흠뻑 버무려져 있어 채소맛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고, 그마저도 양식, 중식, 일식, 한식 등 다른 메뉴를 거드는 구색일 뿐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농가의 부엌에서는 채소가 진짜 주인공입니다. 20여종의 채소를 날 것 그대로 내놓습니다. 생야채를 내놓는 자신감은 이 채소를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데서 나옵니다. 농가의 부엌이 야채만으로 정면 승부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일본과 한국 중 엥겔지수가 더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엥겔지수는 총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엥겔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보다 한국의 엥겔지수가 더 높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세계 세번째 경제대국 일본의 엥겔지수는 26%로 한국의 14%보다 약 2배 더 높습니다. 게다가 4년새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는 중입니다. 벌이가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식비 지출이 절대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웰빙이 국민 식습관으로 자리 잡아 비교적 단가가 높더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돈을 쓰는 데 관대합니다. 건강이 삶의 최고 화두인 고령층 뿐 아니라 혼밥 인구의 증가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는 데 한 몫 합니다. 1인 가구는 매 식사를 본인이 선택하기에 가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더 많습니다.

수요가 변하면 공급도 변합니다.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는 도쿄 마루노우치에 ‘야사이라보(野菜ラボ)’라는 점포를 열었습니다. 채소 연구소라는 뜻으로 매장 안에서 직접 양배추를 재배합니다. 주방 안쪽도 아니고 매장 정중앙에서 자리잡았기에 손님들이 양배추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생경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매장에서 재배하고 갓 수확한 양배추로 신선한 샌드위치를 만듭니다. 그간의 패스트푸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일본인들에게 소구하기 위함입니다. 또, 유기농 신선식품 배달업체 '오이식스'는 도쿄 증시에 상장될만큼 사업적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원래 신선식품은 특성 상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가장 느린 카테고리입니다. 토마토 3개, 감자 5알 등 '소포장 묶음 배송'과 '주문 후 수확'이라는 오이식스의 원칙이 시대적 흐름과 만나며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2013년 상장 후 지금까지도 성장세를 유지하며 꾸준히 매출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요식업 웰빙 사례가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역시 온라인 신선식품 배달업체가 핫하고, 건강한 밥상을 표방하는 식당이 속속 늘고 있습니다. 방향성은 같되, 시점과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보다 한 보 앞서 웰빙의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 참조할 점이 많습니다. 웰빙하면 먼저 떠오르는 샐러드바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미 한국에도 샐러드바 수십여곳이 성행 중이라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샐러드바의 차별적 경쟁력이 궁금하다면 '농가의 부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야채 단독 주연의 샐러드바

역설적이게도, 보통의 샐러드바는 채소가 메인이 아닙니다. 드레싱에 흠뻑 버무려져 있어 채소맛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고, 그마저도 양식, 중식, 일식, 한식에 이르는 다른 메뉴를 거드는 구색일 뿐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농가의 부엌은 채소가 진짜 주인공입니다. 20여종의 채소를 날 것 그대로 내놓습니다. 깨끗이 씻은 채소를 손님 눈 앞에서 칼로 썰어 그때그때 바로 내놓아 신선합니다. 뿌리 부분을 더 들어내달라든지, 씨앗을 빼지 말아달라든지 등 손님의 취향에 맞게 채소를 다듬어 주기도 합니다. 시저 샐러드, 연어 샐러드, 포테이토 샐러드 등 종류별로 미리 만들어놓는 기존 샐러드바와 다릅니다. 이 곳에서는 원재료인 채소 하나하나가 충실히 제 역할을 하며 최상의 맛과 신선함을 자랑합니다. 채소를 하나씩 맛보며 어떤 채소가 어떤 맛, 향, 식감을 내는지 새삼 인지합니다. 이 중에서 취향을 저격한 채소가 있다면 현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재료를 그대로 내놓기에 레스토랑 겸 야채가게가 가능합니다.

날 것이 아닐 때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채소들도 있습니다. 그런 채소들은 굽기, 찌기, 데치기, 볶기 등 최적의 조리방법으로 조리해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당근은 적절히 잘 찌면 부드러운 식감과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낄수 있으며 향도 순해집니다. 또한 당근의 풍부한 비타민 A는 지용성이라 올리브에 볶았을 때 체내 흡수율이 상승하고, 팔카리놀이라는 항암 성분은 열을 가할 때 더 많이 나와 암예방에 좋습니다. 샐러드바 한 켠에 조리 야채 코너를 두기도 하고, 여러 야채를 모아 끓이는 핫팟도 단품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단, 조리를 하는 경우도 조미는 최소화합니다. 자극적인 양념이 채소 본연의 맛을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제 드레싱도 매일 생야채로 만들어 겉돌지 않고 채소와 잘 어우러집니다. 육류나 해산물이 들어간 단품 메뉴들도 수북한 야채가 기본입니다. 농가의 부엌에서 채소 이외의 모든 것은 채소를 돋보이기 위한 조연입니다.

생야채를 그대로 내놓는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이 채소 셀렉션을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배추, 치커리, 청경채, 케일, 토마토, 파프리카, 가지, 호박 등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채소입니다. 그런데 먹어보면 맛이 다릅니다. 단순히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자랐다는 느낌 이상입니다. 종자를 개량하고, 새로운 작법을 채택했기에 가능한 오리지널입니다. 예를 들면, 껍질까지 그대로 먹을 수 있는 호박, 바닷가에서 키운 토마토, 짠맛이 돌아 천연 소금간 역할을 하는 솔트 리프 등 각 채소마다 정체성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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