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가 만드는 콘텐츠, 커뮤니티, 구독의 미래 • 펠로톤

Jun 8, 2021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가 만드는 콘텐츠, 커뮤니티, 구독의 미래 • 펠로톤

원래 실내 자전거의 주요 고객은 피트니스 클럽, 호텔 등 기업 고객입니다. 개인이 큰 맘 먹고 사봤자 비싼 옷걸이로 전락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펠로톤(Peloton)은 300만 원 넘는 기기를 개인 고객에게 팔아 무려 5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최고급 사양의 기기여서가 아닙니다. 피트니스 셀럽의 수업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떨어져 있지만 같이 운동하는 느낌을 줘 커뮤니티로 발전시키고, 구독 비즈니스에 꾸준히 힘을 실어 준 덕분입니다.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 펠로톤이 만드는 콘텐츠, 커뮤니티, 구독의 미래를 만나보세요.

바야흐로 피트니스 클럽이 호텔도 짓는 시대입니다. 프리미엄 피트니스 클럽 에퀴녹스(Equinox)가 2019년 8월 뉴욕 허드슨 야드에 212개 객실의 에퀴녹스 호텔(Equinox Hotel)을 열었습니다. 호텔은 눈 뜰 때부터 시작해 잠들어 있는 시간까지 모든 경험을 총체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운동을 목적으로 잠깐 체류하는 피트니스 클럽과는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에퀴녹스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간 허브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점을 열어 멀리 찾아가야 하는 귀찮음을 줄여주고, 런던 등 주요 해외 도시로도 일찌감치 진출해 최대한 끊김없이 운동하는 삶을 이어가도록 한 에퀴녹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여행이라는 이벤트에도 에퀴녹스를 일상으로 녹여낸 것입니다.

에퀴녹스 짐과 야외 수영장이 연결되어 허드슨 야드의 명물 베슬을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습니다. @Equinox

그리고 일상에서도 여행의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에퀴녹스 호텔 내 에퀴녹스 짐은 호텔 투숙객 전용이 아니라 기존 에퀴녹스 멤버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허드슨 야드의 명물 베슬(Vessel)을 바라보며 러닝머신을 뛰는 호사로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공항에 가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설레듯, 호텔로 운동하러 오면 여행객과 여행의 풍경이 뒤섞여 일상이 여행이 됩니다. 시애틀, LA 등으로 호텔을 추가로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호텔을 접한 에퀴녹스 멤버들이 에퀴녹스 호텔을 선택할 유인이 커질 듯 합니다.

부띠끄 호텔 요텔(Yotel) VIP룸에 있는 펠로톤입니다. ⓒYotel

한편, 뉴욕의 호텔에서는 또 다른 피트니스 씬을 볼 수 있습니다. 에퀴녹스 호텔이 보란듯이 밖으로 펼치는 외향적 피트니스를 선보였다면, 보다 프라이빗한 피트니스 시설을 갖춘 호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객실에 운동 기기를 두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신개념 어메니티입니다. 피트니스 클럽의 에너지는 좋지만 번잡함이 싫고, 객실 밖으로 나가기 귀찮은 사람들에게 제격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호텔에 놓여진 운동 기기에 펠로톤(Peloton)이라는 이름이 반복적으로 보입니다. 실내 자전거 제조사인 펠로톤은 펠로톤이 있는 호텔을 검색하는 페이지를 만들 만큼 호텔의 잇템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호텔 내 피트니스 클럽에 둔 것까지 포함하면 2019년 7월 기준으로 미국 약 300여 개의 호텔에서 펠로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2012년에 시작한 펠로톤이 201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호텔, 피트니스 클럽 등 기업 고객에게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사실입니다. 펠로톤은 오히려 일반 가정집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누적 판매량이 50만 대에 달합니다. 자칫 값비싼 옷걸이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2,600달러(약 312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운동기기를 선뜻 집에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9년 기업 가치 81억 달러(약 9조 7,200억 원)의 IPO에 성공한 펠로톤의 저력은 과연 무엇일까요?

펠로톤이 있는 호텔을 찾아주는 '호텔 파인더' 페이지입니다. ⓒPeloton
바로 객실 예약도 가능해 호텔 중개 기능도 합니다.ⓒPeloton

기계가 아니라 콘텐츠를 팝니다

물론 펠로톤 자전거는 최고급 사양입니다. 22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땀이 튀어도 문제 없고, 인터넷이 되며, 안장과 핸들 위치를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저항과 경사 단계가 작게 나뉘어져 있으며, 파우더 코팅된 철제 프레임이 묵직하게 안정감을 줍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300여만 원을 쾌척하기에는 하드웨어 스펙을 건조하게 나열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펠로톤에서는 강사 개개인의 콘텐츠를 별도로 만들어 매력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펠로톤은 스피닝 스튜디오의 바이브를 그대로 집으로 가져옵니다. 자전거에 부착된 모니터에서 스피닝 수업을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펠로톤은 나이키 트레이너이자 NFL 치어리더인 레베카 케네디(Rebecca Kennedy), 마라토너 로빈 아르존(Robin Arzon) 등 피트니스계의 글로벌 탑 클래스 셀럽이 진행하는 수업을 독점적으로 제공합니다. 뉴욕에 있는 2개의 쇼룸 겸 스피닝 짐에서 매일 스피닝 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합니다. 강사 혼자 스튜디오 촬영한 것이 아니라 수십명의 수강생과 실제 진행한 수업인지라 현장감이 생생합니다. 수업을 잘 따라오면 스타 강사가 내 이름을 부르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매일 20여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며, 지난 8년간 수 천개의 콘텐츠가 쌓였습니다. 본방 사수를 놓쳤더라도 지난 영상을 VOD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강사, 시간, 길이, 음악, 스피닝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기와 연동해 분당 회전수, 속도, 거리 등 각자의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개인화된 미션을 주며, 강사 및 멤버들과 인터랙션하는 어플리케이션 기능도 덤입니다.

쇼룸 겸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약 30달러를 내고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수업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에 유저에게 스타 강사를 영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매일 20개 수업에 20명이 등록하는 경우, 월 4억 원에 달하는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Peloton

그런데 이 스트리밍 콘텐츠는 기계를 샀다고 해서 거저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월 39달러(약 4만 6,800원)의 구독료를 별도로 내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트리밍 콘텐츠가 없이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기를 집에 들였을 뿐 스피닝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기기에 세팅된 프로그램이 있지만 방 안에서 오로지 혼자 힘으로 발을 구르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내라며 카운트 다운을 외쳐 주는 사람도 없고, 고조되는 음악에 맞춰 속도를 높이는 유연함도 없고, 잘 달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으쌰으쌰하며 자기도 모르는 새 한계를 넘어버리는 일도 잘 없습니다. 이래서는 비싼 기기값을 충분히 못합니다. 반대로 다른 브랜드의 실내 자전거로 스트리밍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성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강사와 기기 세팅이 다르고, 기기와 연동해 자동 기록되는 퍼포먼스 데이터가 없으며, 자연히 강사와 다른 멤버들 눈에 투명한 존재가 됩니다. 이렇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쫀쫀하게 연결되어 서로의 가치를 높입니다.

기기와 연동되어 운동 성과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Pelo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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