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갈 수 있는 편집숍 • 플레이 디자인 호텔

May 27, 2021
자고 갈 수 있는 편집숍 • 플레이 디자인 호텔

가구 편집숍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상식 밖의 이야기라 상상을 해야만 떠올릴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대만의 타이베이에 있습니다. 대만 디자인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플레이 디자인 호텔(Play design hotel)' 이야기입니다. 100가지 이상의 대만 디자인 제품들로 채워져 있는 이 호텔은 객실을 쇼룸으로 활용하며 호텔이면서 동시에 가구 편집숍이 됩니다. 눈으로 구경하는 전시장이 아닌 몸으로 경험하는 호텔이기에 객실 곳곳에서 인상 깊은 인터랙션 디자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호텔과 편집숍의 경계를 허물고 호텔의 쓸모를 넓힌 플레이 디자인 호텔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일시적이라도 제품을 소유하게 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 제품을 소유하기 이전에 평가했던 가치보다 소유한 이후 시점에 그 제품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행동경제학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실험한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넛지》의 저자이자 노벨 경제학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는 머그컵을 가지고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2가지 상황에서 머그컵의 가격을 결정하면 됩니다. 첫째로 누군가가 특정 머그컵을 판매할 때 그 머그컵을 얼마에 살지를 정하고, 둘째로 동일한 머그컵을 갖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 머그컵을 산다고 하면 얼마에 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동일한 제품이니 두 상황에서의 가격이 같아야 하지만, 참가자들은 머그컵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가격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대비 2배 이상으로 매겼습니다.

리처드 탈러 교수의 실험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옵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구하기 어려운 배구 결정전 티켓을 일부의 학생들에게 추첨하여 나눠준 후, 수강생들에게 입장권에 대한 가격을 매기게 했습니다. 티켓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면 평균적으로 10만원에 사겠다고 대답한 반면 티켓을 받은 학생들은 입장권을 판다면 평균적으로 24만원 정도에 팔겠다고 했습니다.

두 실험에서 확인한 결과를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릅니다. 소유효과에서 볼 수 있듯, 사람들은 동일한 제품이어도 소유하고 있을 때 그 제품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다면 인지된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료 체험 후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효과적입니다.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하는 목적은 잠재 고객들이 제품의 가치를 경험하며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잠재 고객들은 무료 체험을 하며 제품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하지만 소유 효과가 작동하는 덕분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무료 체험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소유를 하며, 그 제품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대비 제품의 가치를 높게 인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료 체험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판매자 입장에서 잠재 고객들에게 무료 체험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요? 고객이 은연 중에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인 호텔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이 호텔에 머무는 기간 동안 방 안의 제품들을 체험하며 일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베이의 '플레이 디자인 호텔(Play Design Hotel)'은 호텔의 이러한 특징을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투숙객들이 의도치 않게 무료 체험을 하는 공간인 호텔 방에 의도를 담아 호텔을 새롭게 정의한 것입니다.

#1. 스몰 픽처 - 체험의 지평을 넓히는 쇼룸

미리 써보기 어렵지만, 미리 써봐야만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침대나 조명 등이 그렇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사용성이 달라집니다. 침대는 잠깐 누워본다고 성능이 좋은지 알 수 없고, 조명은 어두운 곳에서 켜 봐야 조도나 분위기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구매가 확실한 게 아니라면 어떤 가구점도 한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손님이 마냥 달갑지 않고, 조명 하나 테스트한다고 전체 매장을 소등해 주기도 어렵습니다. 손님도 눈칫살에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치약이나 샴푸처럼 매장에서 제대로 테스트해보기 어려운 제품들도 있습니다. 매장에서 이를 닦고 머리를 감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기껏해야 향을 맡아보고 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플레이 디자인 호텔에서는 제품과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루의 때를 미처 씻어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할 때 머리맡 따스한 조명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위생용품, 음료 등 어메니티도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어엿한 디자인 제품으로 경험의 대상입니다. 체험해볼 수 있는 제품의 종류도 종류지만 일단 갯수가 압도적입니다. 총 5개 객실을 가진 호텔이지만, 경험해 볼 수 있는 디자인 제품들이 100여 가지에 달합니다. 5개 객실별로 테마를 모두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차를 컨셉으로 한 '플레이 티 룸(Play Tea Room)', 대만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대만에서 제조까지 마친 메이드 인 타이완(Made In Taiwan) 공예 제품으로 채운 'MIT3.0 룸', 만든 이의 철학이 돋보이는 수제품으로만 구성한 '메이커 룸(Maker Room)',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실험실 컨셉으로 꾸민 '퓨처 랩(Future Lab)',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나호 오가와의 큐레이션으로 구성한 '나호 셀렉션 룸(Naho Selections Room)' 등 테마에 따라 다른 제품을 선보입니다. 이에 더해 '게스트 셀렉션 룸(Guest Selections Room)'을 선택하면 기존 나호 셀렉션 룸에서 손님이 직접 테이블, 의자, 조명, 소품 등 10가지 가구를 골라 바꿀 수 있습니다. 각 카테고리별로 적게는 8개, 많게는 12개 옵션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10가지 카테고리에 8개 옵션만 있다고 가정해도, 게스트 셀렉션 룸에서만 10억개 이상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같은 객실에 묵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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