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발걸음을 멈춘 순간이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입니다

Jun 1, 2021
[에세이] 발걸음을 멈춘 순간이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입니다

도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동네의 거리를 지나는데 언덕을 오르는 계단 초입에 푯말이 하나 보였습니다. 거기엔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여느 동네 계단과 달리 낭만적인 이름을 붙인 푯말이 인상적이었지만, 그뿐이었지 푯말을 감상하거나 분석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푯말을 스쳐 지나가면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가야 할 곳이 있었고,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는데,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숨이 가빠서가 아니라 계단 위에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단을 오른 사람들이 갈 길을 멈추고 노을을 바라보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무심코 지나갔을 언덕이지만, 저녁노을이 있다는 한 마디가 행인의 발길도, 시선도, 시간도, 그리고 생각마저도 붙잡았습니다. 푯말 하나 덕분에 못 볼 수도 있었던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녁노을에 물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여행도 이 장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겠지만, 누가 여행지에 푯말을 꽂아두는 건 아니니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렇다고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처럼 푯말이 세워져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누구에게도 푯말을 세워둘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서 중요한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가 푯말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새로운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세상의 앞선 생각을 업데이트해 드릴게요!
Great! Next, complete checkout for full access to 퇴사준비생의 여행.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to 퇴사준비생의 여행.
Success! Your account is fully activated, you now have access to all content.
Success! Your billing info has been updated.
Your billing was not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