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들리지 않는 영화관 • 루프탑 필름 클럽

May 26, 2021
소리가 들리지 않는 영화관 • 루프탑 필름 클럽

런던의 한 펍 옥상에 영화관이 있습니다. 빌딩 숲 사이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꽤 낭만적입니다. 그런데 어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무성 영화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저녁 시간 도심 한복판,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럼으로써 영화 관람 경험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영화 관람을 아웃도어 소셜 액티비티로 만든 루프탑 필름 클럽을 소개합니다.

런던의 한 펍 옥상에 영화관이 있습니다. 빌딩 숲 사이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꽤 낭만적입니다. 그런데 어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무성 영화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저녁 시간 도심 한복판, 야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럼으로써 영화 관람 경험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영화 관람을 아웃도어 소셜 액티비티로 만든 루프탑 필름 클럽을 소개합니다.

2005년 영국 최대의 록 페스티벌 글래스턴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에서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파장이라도 한 듯 고요한 광장에 사람들이 무반주 댄스를 격렬하게 춥니다. 알고 보니 FM 트랜스미터로 전송되는 음악을 무선 헤드폰을 통해 듣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밤새 춤추고 놀아도 페스티벌 장 주변의 주민들이 소음 공해로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일명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를 접목한 최초의 페스티벌이었습니다.

무선 헤드폰을 더했을 뿐인데 파티의 경험이 달라집니다. 평소에는 어림도 없었을 도심이나 야외에서, 심지어 밤 깊은 시간대에 파티를 열 수 있습니다. 옆 사람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음악을 제대로 못 듣는 일도 없고, 헤드폰을 잠깐 벗으면 일행과 편하게 대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볼륨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여러 음악 채널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라고 일컫는 파티에서 또 다른 일탈이 가능합니다.

이후 사일런트 디스코는 클러빙과 콘서트를 넘어 연극, 오페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그 중 사일런트 디스코를 영화와 접목해 새로운 영화 관람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2011년 런던에서 시작한 '루프탑 필름 클럽(Rooftop Film Club)'입니다.

영화를 아웃도어 액티비티로

단순히 영화에 무선 헤드폰만 더한 게 아닙니다. 루프탑 필름 클럽은 사일런트 시네마를 다른 '높은' 경지에 올려놓았습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옥상 공간에 영화관을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영화 관람 경험을 바꿨는지, 루프탑 필름 클럽의 흔한 영화 관람 장면을 감상해 봅시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쇼디치(Shoreditch)의 한 펍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5층 옥상으로 향합니다. 옥상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고, 수십 여석의 데크 체어가 깔려 있습니다. 퇴근 후 친구와 함께 온 A는 뒤쪽 부스에서 핫도그와 수제 맥주를 사 들고 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완성도나 주제 의식에서 디즈니 명작 중 역대급이라는 호평을 받은 주토피아(Zootopia)입니다. 개봉 당시 이미 봤던 영화지만 탁 트인 곳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티켓을 끊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술 한 모금 마시며 런던 스카이 라인에 스며드는 석양에 눈길을 빼앗깁니다. 석양, 대형 스크린, 맥주가 한 구도 안에 잡히는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이 어둠이 내려앉고 영화가 시작됩니다.

무선 헤드폰을 쓰자 도심 한복판의 소음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영화 사운드만 또렷이 남습니다. 심지어 외부 소리가 차단되는 기능까지 있어 옆 사람이 부스럭거리거나 음식 먹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릴 일이 없습니다. 내가 남에게 피해가 될 일도 적습니다. 대사를 놓치거나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면 중간중간 헤드폰을 벗고 같이 온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날의 영화, 바깥의 공기, 하늘의 색 등 추억을 공유하며 나도 모르게 친구와의 관계가 깊어짐을 느낍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물건을 사지 않고 경험을 삽니다. 물건을 소유하는 데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기술 발달로 제품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경험에 더 많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경험을 SNS로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경험 경제'의 성장에 더욱 속도가 붙었습니다. 루프탑 필름 클럽은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합니다. 이미 영화는 경험의 범주에 속하지만, 그 경험조차 재창조하면서 말입니다. 루프탑 필름 클럽과 함께하면 더는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숨죽이며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아웃도어 소셜 액티비티로 거듭난 영화 관람 경험에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사진이 쏟아지니, 밀레니얼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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