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카페를 오픈한다면? · 식물성 도산

Aug 12, 2021
화성에 카페를 오픈한다면? · 식물성 도산

"어떤 곳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 그곳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화성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다. 닐 암스트롱, 내가 더 낫죠?"

우주 비행사 마크 와트니의 생존을 그린 영화 <마션(The Martian)>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화성탐사대가 갑작스럽게 모래 폭풍을 만나 철수하던 도중, 와트니는 홀로 화성에 낙오됩니다. 탐사대는 구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지구로 떠납니다.

하지만 죽은 줄만 알았던 와트니는 놀랍게도 살아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였습니다. 남아 있는 식량은 31일치. 구조대가 화성까지 오려면 무려 5년이나 걸립니다. 아껴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습니다. 치열하게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던 와트니는 본인의 과학지식을 총동원해 지구에서 가져온 박테리아가 섞인 토양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인분을 거름 삼아 감자를 심고 우여곡절 끝에 작은 싹을 보게 됩니다. 지겨울 정도로 감자 요리만 먹기는 하지만, 마침내 살아 남았습니다.

편의점 음식과 배달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자니, 그저 강 건너 화성 구경 같나요? 머지않아 영화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환경 변화에 민감한 농업인데 최근에 이상 기후 현상이 급증했어요.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0년은 기후 역사에 있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정도라고 하죠. 여기에 코로나19로 식량 수급길이 막히자 식량 안보 문제가 목전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와트니가 생존을 위해 화성에서 우주선 안에 감자를 재배했던 것처럼, 서울에도 비슷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도심 속에 스마트팜을 만드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엔씽(N.thing)입니다. 스마트팜은 농업에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해 재배 환경을 최적화하는 말 그대로 '똑똑한 농장'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팜을 체험하고 효용에 공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던 엔씽은 서울 압구정동의 도산공원 근처에 카페를 하나 냅니다. 이름하여 '식물성 도산'입니다. 동물성의 반댓말인가 싶지만, '지구와 화성 사이에 위치한 신선함의 별'이라는 뜻입니다. 이 별난 행성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엔씽

#1. 2050년 화성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식물을 내세운 카페라면 흔히 자연을 담은 인테리어와 초록색 화분이 가득한 생기있는 공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식물성 도산은 완전히 다른 노선을 택합니다. 화성을 모티브로 하여 마치 미래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구현한 것이죠. 화성은 인류의 새로운 미래로 비유되는 상징적인 행성입니다. 2050년 화성에 우주 농장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엔씽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메타포예요. 바닥에 전체적으로 벽돌색 타일을 깔고, 붉은 화산석을 쌓아 화성의 거친 표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원스리스트

그렇다고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익히 보던 화성의 모습만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닙니다. 2050년의 화성을 상상한 만큼, 미래 지향적인 소재들도 과감하게 섞어요. 아크릴, 스테인리스 스틸, 네온 사인 등 차가운 소재가 화성을 표현한 투박한 소재와 충돌하며 전에 없던 장면을 연출합니다. 마치 화성에 착륙한 우주선을 보는 듯 해요. 여기에 형광에 가까운 연두색 포인트 컬러도 곳곳에서 강렬한 대비감을 줍니다.

화성이 모티브이니만큼, 은하계에서 영감을 받은 디스플레이나 디자인도 눈에 띱니다. 매장 한켠에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수경재배 중인 바질이 얹어진 원형 플레이트들이 천천히 움직이는데요. 마치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처럼 신비롭습니다. 곳곳에 놓인 원형 좌석과 테이블도 모두 은하계를 떠도는 행성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로고, 쿠폰, 심지어 라떼 아트에서까지 은하계 디자인을 더하며 식물 행성의 컨셉을 강화합니다. 음료 쿠폰은 보딩 패스 디자인으로 만들어,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여정의 중간에 만난 거점이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전합니다.

2050년 화성에 불시착한 듯한 이 공간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인 ‘큐브(CUBE)’입니다. 신선함의 별에서 '신선함'을 담당하고 있는 구역으로, 벽면 전체에  채소가 한 데 줄지어 진열되어 매장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매장 안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해 매장에 들어온 누구나, 어느 위치에서든 볼 수 있어요. 심지어 매장 밖에서도요. 미래 지향적인 다른 인테리어들과 더불어 큐브 역시 미래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원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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