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줄 서는 40년 전통의 두유 가게 • 소이프레소

Nov 4, 2021
MZ세대가 줄 서는 40년 전통의 두유 가게 • 소이프레소

타이베이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도 미래로 나아가는 힘을 가진 도시입니다. 도시 곳곳에서 옛 거리와 시장, 건축양식 등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여전히 제 기능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단수이 강 옆을 따라 형성된 다다오청(Dadaocheng) 지역은 19세기 말 가장 번화한 해외 무역항으로, 청나라 때부터 각종 물품과 찻잎, 한약재, 원단 등이 거래되던 곳입니다.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대만의 전통 문화가 어우러져 독특한 정취를 풍기는 이 곳은 여전히 활기찬 재래 시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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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오청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축 양식입니다.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국적인 정취를 풍깁니다. ⓒ트래블코드
다다오청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축 양식입니다.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국적인 정취를 풍깁니다. ⓒ트래블코드

다다오청의 메인 스트리트이자 다다오청의 축소판인 디화제(Dihua Street)에는 다다오청을 닮은 비누 가게, ‘다춘 솝(Dachun’s Soap)’이 있습니다. 무려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다춘 솝은 가업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도 선대의 유산을 존중합니다. 먼저 비누의 용도에 따라 피부용, 머리카락용, 세탁용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효능에 따라 세분화해요. 그리고 효능을 내기 위해 쌀, 우롱차, 숯 등의 자연 재료를 사용하죠. 이처럼 시간과 지혜를 축적한 제품력은 기본이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제품의 가치를 높입니다. 창립 때부터 쓰였던 ‘미소짓는 얼굴’ 로고를 지금까지도 사용하되, 제품 패키지에 비누의 재료나 대만의 풍경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표현합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패키지 덕분에 다춘 솝의 매력이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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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화제에 위치한 다춘 솝 매장입니다. ⓒ트래블코드
디화제에 위치한 다춘 솝 매장입니다. ⓒ트래블코드
다춘 솝의 창립 때부터 쓰였던 ‘미소짓는 얼굴’ 로고입니다. ⓒ트래블코드
다춘 솝의 창립 때부터 쓰였던 ‘미소짓는 얼굴’ 로고입니다. ⓒ트래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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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의 패키지는 비누의 재료나 대만의 풍경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습니다. ⓒ트래블코드
비누의 패키지는 비누의 재료나 대만의 풍경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습니다. ⓒ트래블코드

헤리티지가 중심이 되는 건 디자인뿐만이 아닙니다. 다춘 솝은 창립자인 리슈이투(李水土)의 철학까지 계승하죠. 리슈이투는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비누를 만들고자 했어요. 다춘 솝은 창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여전히 환경이나 사람에 해로운 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다춘 솝의 비누를 사용하고 난 비눗물은 생분해되어 강물의 생태계에 흡수됩니다. 매장에서는 이런 선대의 뜻이 담긴 브랜드 컨셉과 역사를 흑백 판화 질감의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하기도 해요. 과거에 만들었던 비누는 녹아 없어졌지만, 철학은 지금까지도 녹아 있습니다.

나이도, 국경도 무효한 두유 가게, 소이프레소

오래된 비즈니스가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거에 뿌리를 두되 현재를 살아야 합니다. 제품의 용처, 용량, 디자인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화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오랜 내공을 증명하는 일이죠. 이처럼 '오래됨'에서 '신선함'을 찾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앞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하는 미래의 방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디화제에 전통 비누를 현대적으로 리뉴얼한 다춘 솝이 있다면, '타이베이의 홍대', '미식의 메카'라 불리는 융캉제(Yongkang Street)에는 대만 전통 음료인 두유를 재해석한 '소이프레소(Soypresso)'가 있습니다.

소이프레소의 매장입니다. ⓒ트래블코드
소이프레소의 매장입니다. ⓒ트래블코드

소이프레소는 노인들이 좋아하는 콩을 갈아 만든 음료, 두유를 판매하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층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습니다. 두유를 많이 마시는 출근길이나 외부 관광객들이 많은 주말에는 주문을 하기 위해 줄까지 서야 할 정도니까요. 할머니 입맛을 가진 '할메니얼'들을 타깃한 것으로 보기에는 몰려드는 고객의 규모와 꾸준한 인기를 설명하기에 역부족이에요. 1978년에 문을 열어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소이프레소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이토록 인기를 끄는 데에는 그만의 비결이 있습니다. 소이프레소의 탄탄한 기본기에서 브랜드의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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