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독립 서점 입장에서는 아마존이 얼마나 얄미울까요. 온라인 배송으로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아마존 북스'를 런칭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계산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역의 독립 서점은 무기력하게 설자리를 잃게 될까요? '마지막 서점'으로 남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LA에서 존재감을 지키고 있는 '더 라스트 북스토어'를 들여다보면 아마존의 시대에 독립 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논란이 없었을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긴자 거리에 있는 긴자식스는 지하 식품관에 음식의 재료를 예술의 소재로 활용해 작품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음식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지가 담긴 듯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식품관에 내려서면 가장 먼저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음식으로 만든 예술 작품 공간입니다. 일회성 전시가 아니라 상설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는 이 곳엔 시즌에 따라 다른 작품이 소개됩니다. 예를 들면 사탕, 숟가락, 포크 등으로 표현한 벚꽃을 전시하며 봄 시즌을 맞이한다던가, 파스타, 스파게티, 토마토 소스 등으로 제작한 흉상이나 비너스 등을 전시하며 식품관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식입니다.

이 공간은 계절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지하 식품관의 클래스를 한차원 끌어올리는 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합니다. 넌지시 지하 식품관을 들어설 때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일본에 처음 상륙하는 브랜드, 지방의 강호 중에 아직 도쿄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 이미 도쿄에 있는 브랜드일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플래그십 매장을 입점시킨다는 긴자식스의 전략적 방향성에 따라 지하식품관도 새로운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은 전시장 하나가 은연 중에 이 브랜드들을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긴자식스 식품관의 이러한 시도에서 F&B 비즈니스의 가치를 높이려는 또다른 방법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테크로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트'로 새롭게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똑같은 맛과 칼로리를 가진 음식이라도,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으면 가격이 달라집니다. 음식의 재료를 예술의 소재로 활용하는 긴자식스 식품관의 시도가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입니다.
도쿄에 있는 긴자식스 식품관이 음식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면서 식품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면, LA에 있는 '더 라스트 북스토어'는 책을 예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서점의 변신을 꾀합니다.
#1. 읽지 않고 감상하는 책
"서점의 아름다움은 '책을 어떤 배경과 액자로 보여주느냐'를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더 라스트 북스토어 창업자인 조시 스펜서가 이러한 생각으로 서점을 꾸몄으니, 이 서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아름다운 서점을 만들자고 오페라 극장, 성당 등 웅장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번쩍거리는 서점을 짓거나, 혹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공간을 디자인한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더 라스트 북스토어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걸까요?

더 라스트 북스토어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이 아니라 책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았습니다. 책을 진열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가지고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서점 곳곳에 무심한 듯 위치시켜 둔 것입니다. 입구 쪽의 카운터 하단부를 책을 쌓아서 만든다거나, 책이 쌓여 있는 곳에 군인 그림을 그려 위트를 더한다거나, 벽면 상단에 책을 이어 붙여 조형물처럼 걸어둔 작품들은 에피타이저에 가깝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더 라스트 북스토어가 책으로 만든 메인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책으로 만든 액자와 터널입니다. 책으로 만든 액자는 가운데에 원형의 구멍을 남겨둔 채로 책장에 책을 쌓아 만들어서 그 구멍 사이로 책장 너머를 볼 수 있습니다. 구멍이 하나의 프레임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에서 꽃밭이 아니라 책밭에 둘러 싸인 듯 사진을 찍습니다. 또다른 예술 작품은 책을 아치형으로 쌓아 만든 터널입니다. 이 터널을 지나야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마치 책이 길을 인도하는 느낌이 듭니다. 책으로 만든 액자도, 터널도 모두 인스타그램 성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