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취재하기 • 오감을 세운다

Jul 22, 2021
[노하우] 취재하기 • 오감을 세운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실전이 시작됩니다. 퇴사준비생의 관점으로 도시를 여행하면서 벤치마킹을 하는 거죠. 동선 계획도 세심하게 짰고, 보는 눈을 기르는 연습도 했으니 현장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면 됩니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한 후에 퇴사준비생의 여행과 같은 콘텐츠를 쓸 목적이라면, 그에 적합한 여행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퇴사준비생의 여행은 무엇이 다른 걸까요?

퇴사준비생의 여행에 필요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구분해 보겠습니다. 여행의 과정을 조각내보면 '방문지에서의 시간', '방문지 사이의 시간', 그리고 '취재를 마친 후의 시간'으로 나눠볼 수 있죠. 리스트업한 곳을 경험한다는 목적에만 충실한다면 방문지에서의 시간에만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쓸 계획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니 중간중간의 휴식 시간과 취재를 마친 후의 시간도 신경을 써야 하죠. 그래서 각 시간대별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설명 드릴게요.

방문지에서의 시간 - 부족함보다 과함이 낫다

취재 대상이 되는 곳에서 해야할 일은 분명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고, 매장을 요모조모 관찰해보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죠.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디테일한 접근이 없으면 나중에 콘텐츠를 쓸 때 아쉬운 부분이 생깁니다.

우선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매장을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게 아닌가라는 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소비를 뜻합니다. 식당이라면 메뉴를 주문해서 먹어보고, 제품을 파는 곳이라면 저렴한 아이템이라도 사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거죠.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작지만 큰 차이입니다. 경험하면 글을 쓸 때 묘사라던지 느낌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효용 등을 인지하거나 체감할 수 있죠. 경험은 생동감과 현장감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바탕이 됩니다.

경험하는 것만큼이나 매장을 요리조리 뜯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원의 고객 응대, 고객의 행동 패턴, 매장의 인테리어, 공간 구조, 좌석 배치, 제품 진열 방식, 메뉴나 제품 설명, 메뉴나 제품 가격, 프로모션 이벤트, 브랜드 로고 등을 관찰해보는 거죠. 지난 '보는 눈 기르기 - 공부한 만큼 보인다'에서 공간은 누군가의 생각을 인코딩해서 현실에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인코딩이 잘 된 곳이라면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한 만큼 그 매장 혹은 브랜드의 차별적 포인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호기심을 바짝 세워 매장을 분석적으로 본다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철학, 스토리, 데이터, 문제점 등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의 관찰만으로는 알기가 어렵죠. 이 때 필요한 것이 정보 수집입니다. 정보 수집은 크게는 2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전단지, 브로셔, 브랜드 북 같은 것을 확보하거나 구매하는 거죠. 해당 매장 혹은 브랜드에서 직접 만든 콘텐츠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정보 수집의 방법이죠. 숫자로 말할 수 있는 데이터, 추진 예정 중인 계획, 고객의 정성적인 반응 등은 직원과의 가볍게 대화하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말을 걸면 정보를 얻기가 더 수월해지죠.

이처럼 방문지에서의 시간에는 경험, 관찰, 수집 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바탕에 공통적으로 깔려있는 행동이 있죠. 바로 사진 찍기입니다. 사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면 콘텐츠를 쓸 때 현장에서 본 것들을 비교적 생생하게 소환해낼 수 있습니다. 매장 내에서 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명을 할 때 이미지를 곁들이면 전달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사진을 남겨두면 콘텐츠를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중에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 찍어두는 게 상책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콘텐츠를 쓰다보면 적합한 사진이 없어서 아쉬운 경우가 생기니까요.

방문지 사이의 시간 -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지난 '여행 계획 짜기 - 시간, 비용, 체력의 함수'에서 설명했듯이, 하루에 6~8곳 정도를 방문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그냥 쇼핑하고 경험하기 위해서 매장을 방문한다면야 하루에도 더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지만, 취재를 하고 콘텐츠를 쓸 목적이라면 매장마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여기에다가 매장에서 디코딩 하느라 집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발생해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쉴 수는 없죠. 퇴사준비생의 여행에서는 휴식 시간에도 할 일이 있습니다.

휴식 시간은 개인의 컨디션 등에 따라 빈도와 길이를 조정하면 되는데, 보통은 2~3곳을 방문한 후 30~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휴식 시간 초반에는 음료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으며 취재할 때의 텐션을 풀어주고, 어느 정도 체력이 텐션이 내려갔다 싶으면 노트를 꺼내들고 기록을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매장의 핵심적인 포인트, 경험하며 들었던 생각, 감탄했던 아이디어나 인사이트, 예상과 달리 의외였던 부분, 가설적 메시지 등을 말이죠. 이렇게 틈틈이 적어두지 않고 나중에 한 번에 하려다 보면 기억이 나지 않거나 기억이 뒤섞이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하루에 6~8곳이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한 번에 정리하기에는 많은 숫자입니다.

휴식 시간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방문지 사이의 시간에 해야할 일이 또 있습니다. 방문지와 방문지 사이를 오갈 때 혹은 휴식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콘텐츠에 쓸 이야깃거리를 수집하는 일이죠. 방문지를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쓰려면 글에 살을 붙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여행지에서 보거나, 경험한 것들입니다. 현장에서 수집한 이야깃거리는 다른 어떤 이야깃거리보다 콘텐츠의 현장감을 높여주고 여행의 기분이 나게 만들죠.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 '카스 아트'편 아우트로에 쓴 내셔널 갤러리 앞의 풍경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취재를 마친 후의 시간 - 계획에서 버전 업(Version up)이 필요하다

중간중간 휴식을 한다해도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면 몸이 녹초가 됩니다. 2만보 이상, 많게는 3만보 가량 걷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정이 끝났다고 마냥 퍼질 수는 없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할 일이 있죠. 샤워 등으로 피로를 풀고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면 하루의 일정을 되짚어보고, 다음의 일정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사전에 일정을 세심히 짰는데, 그걸 날마다 버전 업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기간은 정해져 있고 여행을 또 오기 어려운 데다가 현지에서는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변수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발견한 새로운 곳들도 추가될 수 있어 여행하는 동안에 계획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면서 목표하는 바를 최대한 달성해야 하죠.

동선 계획 버전 업의 핵심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목적지를 방문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방문지를 제외하거나 추가하는 일입니다. 목적지를 방문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고 절대 수준이라 판단할 경우, 동일한 메시지를 가진 곳 중에 혹시 몰라 동선 계획에 포함시킨 곳을 제외시키는 거죠. 또한 지난 '목적지 찾기 - 확률을 높여라'에서 설명했듯이 거리에서, 버스와 지하철 광고에서, 서점에서 서울에서 리서치로는 찾기 어려운 곳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곳들을 추가로 방문할 수 있는 일정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변수가 발생해 방문하지 못한 곳을 다음 일정에 배치하는 일입니다. 어떤 이슈들이 생길 수 있냐면, 대관을 해서 출입이 어려운 경우, 가게 주인이 그날 사정에 의해 문을 닫는 경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동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특정 매장에서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 줄이 너무 길어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경우, 시차적응을 못하거나 체력이 급저하되는 경우, 먹은 게 체하거나 몸살 등에 걸려 아픈 경우 등 이슈는 다양합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죠. 이럴 때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오감을 세우고 시간을 알뜰살뜰 쓰면서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여행이 끝이 납니다.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거죠. 그렇지만 여행을 마쳤다고 해서 퇴사준비생의 여행이 끝난 건 아닙니다.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써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여행의 끝이 퇴사준비생의 여행의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쓸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설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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