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의 생명연장을 돕는 공간 • 도쿄 캐릭터 스트리트, 지브리 미술관

May 25, 2021
캐릭터의 생명연장을 돕는 공간 • 도쿄 캐릭터 스트리트, 지브리 미술관

캐릭터는 연예인들과 달리 스캔들을 낼 리스크도, 스스로 일을 그만둘 가능성도 없습니다. 또한 캐릭터가 돈을 벌기 때문에 확장성도 큽니다. 캐릭터 비즈니스에 매력을 느낀다면 도쿄에서 발견한 캐릭터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마몬이 가출했으니 찾아주세요.”

트위터에 올린 이 문구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가출했다는 위트 있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실종 사건’으로 불리는 이 이벤트는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인 ‘구마몬’을 알리기 위해 시도되었습니다. 실제로 구마모토 현의 공무원이 구마몬 인형 옷을 입고 오사카 시내를 예고 없이 활보하며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출한 덕분에 구마몬은 일약 유명 스타로 떠오릅니다.

가출 후 집으로 돌아온 구마몬은 구마모토 현을 부흥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합니다. 2011년에 구마몬이 탄생한 이후 구마몬 관련 상품은 4년 만에 7만 개가 넘게 만들어졌고,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구마모토 현의 전국 지자체 인지도 순위 역시 32위에서 18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구마몬을 세상에 알리고 경제적 성과로 연결한 구마모토 현의 브랜드추진과는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로부터 ‘기적을 일으킨 조직 100’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지자체를 먹여 살리는 셈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지자체의 한 부서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에 캐릭터 비즈니스의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캐릭터가 돈을 벌기 때문에,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는 상상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은 조직으로도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낼 수 없어도, 키워낼 능력만 있으면 캐릭터 관련 비즈니스를 할 수 있습니다. 구마몬의 경우도 민간업체에 홍보 캐릭터 제작을 의뢰해 만든 캐릭터입니다. 구마모토 현이 이 캐릭터의 판권을 500만 엔(약 5500만 원)에 사들였습니다.

또한 한번 인기를 얻은 캐릭터는 적절하게 관리하면 생명연장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연예인들과는 달리 스캔들을 낼 리스크도 없고, 스스로 일을 그만둘 가능성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인기인 캐릭터 중 도라에몽은 1969년에, 호빵맨은 1973년에, 헬로키티는 1974년에 등장했습니다. 반세기 동안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캐릭터 비즈니스의 매력이 이러하다면 연예기획사를 시작하는 것은 엄두가 안 나더라도 캐릭터 기획사는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캐릭터 비즈니스에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마몬은 4000개가 넘는 지자체 캐릭터 중에서 성공한, 손에 꼽히는 캐릭터입니다. 지자체 캐릭터여서 성공 가능성이 적은 것이 아니라, 캐릭터 비즈니스의 특성상 수많은 캐릭터 중 일부만 히트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기를 얻더라도 유명세를 활용하지 못하면, 스캔들이 없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아도 잊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하나쯤은 추억 속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 그들이 바로 잊힌 캐릭터입니다.

그럼에도 큰 자본과 대규모의 인력이 없이도 기획력으로 승부할 수 있기에 캐릭터 비즈니스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 외에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도쿄 캐릭터 스트리트, 지브리 미술관 그리고 곳곳에서 발견한 캐릭터들을 분석해보면 캐릭터 비즈니스의 필요조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없는 캐릭터는 사라진다

곰을 형상화한 구마몬도 유명세를 탔지만, 일본에는 곰을 모티브로 한 더 유명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리락쿠마’입니다. 구마몬이 등장하기 8년 전인 2003년에 만들어져서 몇 년 되지 않아 일본 캐릭터 순위 10위권을 유지하며 호빵맨, 헬로키티, 포켓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민 캐릭터로 성장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한국,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습니다. 캐릭터 개발 회사인 산엑스(San-X)가 만들어서 히트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리락쿠마의 열풍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원래 리락쿠마는 6개의 캐릭터로 구성된 ‘프렌들리 믹스’ 중 하나의 캐릭터였습니다. 산엑스는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리락쿠마를 정식 캐릭터로 출시합니다. 리락쿠마가 다른 캐릭터에 비해 더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그가 가진 캐릭터 때문이었습니다. 휴식을 취한다는 뜻의 영어인 ‘릴렉스’와 곰을 의미하는 일본어인 ‘쿠마’를 합성해서 만든 이름처럼, 리락쿠마는 릴렉스한 삶을 추구하며 쉬고 있어도 더 격렬히 쉬고 싶어 하는 캐릭터입니다. 2003년 9월, 산엑스가 리락쿠마를 정식 출시하며 캐릭터를 소개한 내용을 보면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빈둥거리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어 스트레스만 쌓이고 있지 않습니까? 리락쿠마는 어디서든 빈둥빈둥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부러운 캐릭터입니다. 그런 리락쿠마를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릴렉스한 기분을 느낄지도.”

산엑스의 설명처럼 일본인들은 리락쿠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빈둥거리는 캐릭터를 가진 덕분에 리락쿠마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관련 상품은 물론이고, 관련 서적도 출간하자마자 1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단순히 곰을 캐릭터로 귀엽게 형상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귀여운 모습 속에 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리락쿠마뿐만이 아닙니다. 2013년에 등장한 ‘구데타마’도 캐릭터 덕분에 뜬 캐릭터입니다. 구데타마는 술 취한 사람이 흐느적거리듯 게으른 모습을 의미하는 ‘구데구데’와 달걀을 뜻하는 ‘타마’를 합쳐서 만든 이름으로, 계란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귀엽지도 않은 구데타마의 성공 비결 역시 캐릭터에 있습니다. 구데타마는 의욕 없고 느릿느릿하며, 게으르고 까칠합니다. ‘5분만 더 자련다’, ‘날 좀 내버려 둬’ 등의 말이 구데타마의 캐릭터를 대변합니다. 평소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내색할 수 없었던, 일본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소리를 표현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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