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나무로 만드는 가구 • 트리

May 28, 2021
사연 있는 나무로 만드는 가구 • 트리

홍콩에 있는 트리(Tree)의 가구들은 사연 있는 나무들로 만들어집니다. 선박, 집, 기차 침대칸 등에 쓰던 나무를 재활용해 상처 나고 휘고 갈라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흠이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를 만듭니다. 트리의 고객들은 불완전함이 주는 아름다움에 지갑을 엽니다. 친환경을 설득하는 세련된 방법입니다.

친환경 가구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2005년에 시작해 연간 1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상장사로 거듭난 트리의 사연을 공유합니다.

가구를 중심으로 하여 원룸 공간을 거실, 침실, 서재 등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Ori Living

2020년 이케아에서 트랜스포머 가구를 출시합니다. 침대, 옷장, 책상, 소파 등을 합친 가구 로그논(Rognon)은 밀어서 간단히 위치를 옮길 수도 있고, 필요 없으면 접어둘 수 있습니다. 터치 패드로 조작할 수 있어서 미래적이지만 사실 현실을 철저하게 반영한 가구입니다. 비좁은 도심 주거 환경에 맞춰 가구를 작게 만드는 대신 한 가구가 필요에 따라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로봇 가구를 이케아 본사가 있는 스웨덴도 아니고, 협업한 스타트업이 있는 미국도 아닌 홍콩에서 가장 먼저 런칭합니다. 이 가구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1~2인 가구까지 갈 것도 없이 홍콩은 대부분의 집이 절대적으로 좁습니다. 그래서 공간 효율적인 가구가 대세입니다. 심지어 홍콩 이케아는 매장마저 공간 효율적으로 운영됩니다. 홍콩의 4개 매장 중 2,500평이 가장 큰 규모로, 평균 10,000평인 다른 도시에 비해 4분의 1 수준입니다. 이케아는 보통 창고형으로 도심 외곽에 있는데 홍콩에서는 작은 규모 덕에 번화가인 코즈웨이 베이에 자리합니다.

이렇듯 홍콩 가구 시장이 효율 위주로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반대편에 또 하나의 축이 우직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친환경 가구입니다. 공간 효율과는 거리가 멀지만 친환경 가구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홍콩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어느덧 홍콩 리테일 가구 시장에서 친환경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에코 가구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2005년부터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꾸준히 에코 원목 가구를 팔던 곳이 있습니다. 홍콩의 트리(Tree)입니다. 다른 가구 브랜드가 기존 가구에 친환경 도장재, 접착제를 쓰는 등 친환경적인 특성을 보강하는 정도인 반면 트리는 아예 브랜드 비전부터 환경 친화적입니다. 그렇다고 니치한 부띠끄에 그친 것도 아닙니다. 트리는 연간 130억 원의 매출을 내는 상장사입니다. 효율이 절대 강세인 홍콩 시장에서 친환경 가구 시장을 어떻게 개척했을까요?

중고가 아니어도 지나온 세월을 팔 수 있다

홍콩섬 남부의 호라이즌 플라자 아울렛(Horizon Plaza Outlet). 꼭대기층인 28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별안간 나무숲이 펼쳐집니다. 700평을 가득 메운 원목 가구들 사이사이를 걷자면 나뭇잎이 없다 뿐이지 숲을 산책하는 듯 합니다. 시원한 나무향과 함께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주는 나무의 정화 작용 덕분인지 산뜻한 공기마저 느껴집니다. 트리에서 새가구 증후군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상처가 나고 갈라지거나 휘고 패여있는 등 하자 있는 가구들이 많습니다. 난파된 선박, 버려진 집, 부서진 뗏목, 기차 침대칸 등에서 쓰던 나무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가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싼 맛에 사는 가구는 아닙니다. 어지간한 원목 가구 브랜드에 버금가는 가격입니다. 물론 친환경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트리를 찾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원목은 나무마다 톤, 결, 옹이의 위치가 모두 달라서 고유합니다. 게다가 수십년 전 나무는 인위적으로 성장을 촉진해 서둘러 수확하는 지금과 나무 자체가 다릅니다. 더 밀도가 높고 단단하며 결이 자연스럽습니다. 품질 좋은 수종에 흠은 있을지언정 수십년간 썪지 않고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재생목은 귀합니다. 여기에 히스토리까지 얹어지면 아주 특별해집니다. 태평양을 항해하던 어선의 갑판, 수대에 걸친 가족이 나고 자랐던 인도네시아의 통나무집 등 아직 팔리지 않은 가구도 이미 그들만의 세월을 지났습니다. 지나온 세월만큼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나무가 지나온 시간과 주변 환경이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아 있는데, 그저 빈티지스럽게 후처리해서는 흉내낼 수 없는 리얼리티입니다. 그래서 트리는 가공을 최소화하며 흠도 그대로 남겨둡니다. 고객들은 가구에 담겨진 이야기까지 사는 것입니다. 접착제, 마감재 등 사용을 최소화하기에 친환경적인 것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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