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자본이 만드는 어른들의 공간 • 츠타야 티사이트, 츠타야 가덴

May 25, 2021
지적 자본이 만드는 어른들의 공간 • 츠타야 티사이트, 츠타야 가덴

“제품과 판매처의 포화 단계에선 제안과 기획을 할 수 있는 ‘지적 자본’이 중요합니다.” ‘츠타야 티사이트’와 ‘츠타야 가덴’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입니다.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구현된 곳에서 설명도, 사진도 무색해집니다.

쇠락해가는 지방 도시를 살릴 방법이 있을까요? 거주자를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대도시와 지방 도시의 간극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몇몇 지방 도시는 부활을 위해 새로운 시도들을 했습니다.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지어 관광 명소로 만든 것입니다.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 사가 현 다케오 시 등 3곳의 공공시설은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지방 도시들도 회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는 동물원을 탈바꿈시켰습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최북단에 있어 추운 관람 환경에다가 주변에 배후 도시가 될 만한 곳도 없는 불리한 환경이었습니다. 지방 도시의 경제력 부족으로 위치를 바꿀 수도, 시설을 키울 수도, 동물을 늘릴 수도 없었습니다. 대안이 없어 보이던 동물원을 살린 건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사육하는 모습이 아니라 동물의 야생적 본능을 보여주기로 한 것입니다. ‘행동 전시’라는 콘셉트를 만들고 시설과 프로그램을 재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35만 명이 거주하는 지방 도시의 동물원에 매년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합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펭귄 산책’에서는 눈 내린 동물원을 산책하는 귀여운 펭귄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Open Image Data of Kanazawa City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는 미술관을 지었습니다. ‘21세기 미술관’은 ‘정원처럼 편안하게 주민들과 어울리는 미술관’이 지향점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제공하고 지방 도시를 진흥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했습니다. 46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연간 목표 관람객을 30만 명으로 잡았을 정도로 지역 주민을 위한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미술관의 외관과 미술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체험형 예술 전시가 인기를 끌며 연평균 1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모았습니다. 가나자와 시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입니다.

21세기 미술관은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벽면, 여러 방향에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5개 입구 등을 통해 열린 공원 같은 공간을 지향합니다. ⓒWikimedia Commons

사가 현 다케오 시는 도서관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다케오 시의 시장은 ‘민간의 힘을 활용해 활기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방침으로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운영을 민간 기업인 ‘츠타야’에 맡겼습니다. 츠타야는 도서관의 장서 관리를 폐가식에서 개가식으로 바꿔 도서관의 웅장함을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또한 도서관 안으로 스타벅스를 들여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게 했고, 운영시간도 저녁 6시에서 9시까지로 늘렸습니다. 결과는 더욱 극적입니다. 5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 1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다녀가고 있으며, 이 중 40만 명은 타지에서 방문할 정도입니다.

  • 폐가식은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는 서고에 책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대출자가 의뢰하면 사서가 서고에서 책을 꺼내 가져다줍니다. 이에 비해 개가식은 일반인도 자유롭게 서적을 꺼내볼 수 있도록 공개 서가에 책을 보관하는 방식입니다.
천장이 높은 개가식 서고를 갖춘 다케오 시립 도서관에서는 책을 대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점처럼 책을 살 수도 있습니다. ⓒGoogle Maps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변신을 주도한 사람은 최연소 민선 시장으로 당선된 히와타시 게이스케 시장입니다. 그의 목표는 하나, 다케오 시를 자랑스러운 고향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일본 제일의 도서관으로 만들어줄 민간 기업을 물색했고, 츠타야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도쿄에 있는 서점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츠타야 티사이트’를 보고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츠타야가 뭐길래

츠타야 티사이트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사진은 없습니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츠타야 티사이트는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설계할 때 일부러 각 건물의 가장자리 위치를 미묘하게 어긋나게 해서 사각지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부분밖에 보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도 일부밖에 찍지 못합니다. 어떤 이유로 4000여 평의 부지에 거대한 규모의 매장을 조성하면서 굳이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배치한 것일까요? ‘휴먼 스케일(Human scale)’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휴먼 스케일은 사람의 체격을 기준으로 하는 척도로 사람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한 단위입니다. 사람은 지나치게 넓은 공간에 있으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건물 내부를 구성하는 공간 등을 디자인할 때 휴먼 스케일을 바탕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그래서 츠타야 티사이트 전체를 한눈에 볼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지로 포장하여 외부에 알리는 것보다 현장에 직접 방문한 사람들을 더 배려하겠다는 뜻입니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츠타야 티사이트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츠타야 티사이트는 책, DVD, 음반 등을 판매 및 대여하는 곳입니다. 책을 보고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스타벅스와 ‘안진’이라는 라운지도 운영합니다. 구성만으로는 여느 복합문화공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보면 다릅니다. 편안함과 포근함, 그리고 구매 욕구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간 설계를 휴먼 스케일로 했다는 것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츠타야 티사이트는 공간 설계라는 하드웨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공간 구성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요소도 깊이가 남다릅니다.

사진이나 설명으로 츠타야 티사이트를 묘사하긴 어려워도, 여타 복합문화공간과 비교해 츠타야 티사이트가 돋보이는 이유를 분석해볼 수는 있습니다. 츠타야의 출발점, 핵심역량, 지향점을 들여다본다면 츠타야 티사이트가 가진 존재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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