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대신 분양권을 파는 수직 농장 • 윌로

Dec 16, 2021
채소 대신 분양권을 파는 수직 농장 • 윌로

1999년,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미래 농업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중 환경 보건 교수인 딕슨 데스포미어(Dickson Despommier)가 대학원생들에게 뉴욕 시내의 건물 옥상에서 재배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을 계산하는 과제를 낸 것이죠. 딕슨의 예상과 달리 학생들의 결론은 고작 1천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딕슨은 연구 끝에 옥외 대신 실내에서 수직으로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 식물을 키우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30층 규모의 빌딩 농장이면 5만 명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이것이 바로 농업의 미래이자 미래 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직 농장(Vertical Farm)'의 시초입니다.

딕슨이 처음 떠올렸던 30층짜리 빌딩 농장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그의 수직 농장 이론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수직 농장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 농장에서 비롯한 상상력이나 단순한 지적 호기심 때문은 아닙니다. 2050년이면 인구가 90억 명 이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 대부분이 이미 경작에 사용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새로운 형태의 농업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진보이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한 진화이기도 한 셈이에요.

그렇다면 수직 농장은 농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먼저 수직 농장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자 이유이기도 한 생산성이 극적으로 개선됩니다. 좁은 면적에 집약적으로 재배할 수 있어 토지 활용률이 월등하기 때문이죠. 면적이 넓지 않은 도심에서도 농업이 가능해 도시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에 날씨, 계절 등의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연중 내내 경작이 가능해요. 균일하고 월등한 품질은 덤이고요. 병풍해로부터 자유로워 살충제나 제초제 등 유해한 성분의 약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질의 야채를, 일관된 품질로, 언제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니 수직 농장이 농업의 미래로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전 세계 수직 농장 시장 가치는 현재 약 55억 달러,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 간 연 평균 약 24%의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해요. 실제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 등이 함께 발달하면서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해 수직 농장의 생산성이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미 에어로팜(AeroFarms), 프레이트 팜(Freight Farms), 플렌티(Plenty) 등의 대규모 수직 농장들을 필두로 새로운 농업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2020년, 산 호세(San Jose)에 수직 농장을 오픈한 윌로(Willo)에서 수직 농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거대 수직 농장들 틈에서 후발주자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Willo
ⓒWillo

수직 농장의 진화1. 비용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화

수직 농장은 흙 대신 물을 사용해 식물을 기릅니다. 수직 농장에서 물을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물에 식물을 담가 기르는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 또 하나는 물고기 양식과 하이드로포닉스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마지막으로 가장 진화한 형태인 '에어로포닉스(Aeroponics)'입니다. '분무경 재배', '공중 재배'라고 부르기도 하는 에어로포닉스는 식물을 공중에서 키우며 뿌리에 물을 분무해 기르는 공법이에요. 하이드로포닉스나 아쿠아포닉스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고, 별도의 에너지나 기구 없이도 중력이 자연스럽게 잔여 수분을 빼내어 가장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평가받죠. 그래서 윌로를 포함한 많은 수직 농장에서는 에어로포닉스를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윌로의 에어로포닉스 시스템은 기존 에어로포닉스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윌로의 내부 데이터에 의하면 보통의 에어로포닉스가 전통적인 농업 대비 물 사용량을 최대 90% 절감하는 데에 반해, 윌로는 99%까지도 아낄 수 있다고 해요. 게다가 AI로 각 식물에 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쌓아 에너지 소비량을 점점 감소시킵니다. 실내 수직 농장에서는 햇빛 대신 LED 조명으로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 사용은 에어로포닉스의 최대 단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윌로는 기술력으로 이런 단점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각각의 식물에게 최적의 타이밍에 필요한 만큼의 빛을 쪼일 수 있도록 LED 조명의 움직임과 출력량을 자동화시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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