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할 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펜 • Y스튜디오

Sep 2, 2021
사용할 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펜 • Y스튜디오

'아직 쓰이지 않은 책(Unwritten book)'

언젠가 한 번쯤은 써 봤을 노트, 몰스킨(Moleskine)의 컨셉입니다. 몰스킨은 '기록'이라는 기능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노트를 넘어 사용자의 영감과 생각이 기록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한 권의 책이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노트이기보다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도구이자 플랫폼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몰스킨은 1995년, 이탈리아의 '모도 앤 모도(Mode & Mode)'가 창조적인 사람들(Creative class)가 새로운 소비층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그들을 위한 공책을 제작하면서 시작된 브랜드로, 지금까지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검은색 가죽 표지의 클래식 몰스킨 노트입니다. ⓒMoleskine

몰스킨의 컨셉은 그럴싸한 마케팅 슬로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써 내려간 한 권의 책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줬습니다. 몰스킨은 책에 부여하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아 노트의 포장 띠지에 새겼습니다. 누구나 알아채진 못했겠지만, 책에서 영감을 얻고 서점에 자주 가는 사람들이라면 뇌리에 남을 만한 디테일입니다. ISBN을 받은 만큼 문구점을 벗어나 서점에서 몰스킨 노트를 판매했습니다. 지금이야 서점에서 노트를 파는 것이 흔해졌지만, 몰스킨이 처음 출시된 1990년 대에는 파격적인 판매 전략이었습니다.

몰스킨 노트의 후면에는 ISBN 넘버가 있습니다. ⓒPencilly

몰스킨 매장에서도 몰스킨이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장에 피카소, 헤밍웨이 등의 사진을 내걸어 몰스킨이 오랜 예술적, 지적 활동의 산물임을 표현합니다. 1995년도에 생긴 노트 브랜드 매장에 19~20세기 아티스트들이 등장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몰스킨은 브랜드 명이기 이전에, 19~20세기 프랑스에서 사용되던 노트의 제작 방식 중 하나를 일컫는 보통 명사입니다. 당시의 몰스킨 노트는 기름을 먹인 검정색 면 직물 만든 표지와 고무 밴드, 둥근 모서리, 뒤쪽에 달린 주머니 등이 특징인데,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사용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몰스킨은 옛날 프랑스제 몰스킨 노트의 특징을 다듬어 현대적인 노트로 부활시키면서 브랜드로 만든 것입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노트를 부활시킨 만큼, 동시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빠질 수 없습니다. 몰스킨은 2006년부터 런던, 뉴욕, 파리, 도쿄 등 글로벌 도시들을 순회하며 '우회(Detour)'라는 이름의 전시를 엽니다. 이 전시에서는 현존하는 예술가들이 몰스킨 수첩에 적은 창의적인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 건축가, 화가, 음악가, 영화 제작자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한편 모바일 전시회인 '나의우회(myDetour)'는 전문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일러스트레이션, 필기, 드로잉 등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몰스킨의 전시는 사용자가 완성하는 책으로서의 몰스킨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누구나 몰스킨과 함께 라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바레인에서 활동하는 젊은 여성 예술가, 아말 아티야(Amal Attiya)가 몰스킨 노트에 그린 작품입니다. ⓒMoleskine

펜은 단어의 무게를 싣고

대만 타이베이에는 몰스킨과 어울리는 문구 브랜드가 있습니다. 2012년 두 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Y스튜디오'입니다. Y스튜디오의 대표 제품은 펜으로, 그 밖에 문진, 북마크 등의 문구를 디자인합니다. 평범한 문구류를 제작하는 듯 보이지만, 문구에 담긴 생각과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은 Y스튜디오의 문구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YSTUDIO

'The Weight of Words(단어의 무게)'

Y스튜디오의 슬로건입니다. 단어의 무게, 즉 쓰는 행위에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쓰는 이의 감정의 깊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를 쓸 때 타이핑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펜으로 손글씨를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Y스튜디오는 쓰는 행위에 담긴 손글씨의 가치를 펜 디자인에 반영합니다. 그래서 묵직한 무게와 차분한 질감이 특징인 황동, 구리, 청동 등의 금속을 사용해 펜을 만듭니다. 사용자는 균형있는 무게감과 안정적인 그립, 부드러운 필기감 등에서 쓰는 행위의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세상의 앞선 생각을 업데이트해 드릴게요!
Great! Next, complete checkout for full access to 퇴사준비생의 여행.
Welcome back! You've successfully signed in.
You've successfully subscribed to 퇴사준비생의 여행.
Success! Your account is fully activated, you now have access to all content.
Success! Your billing info has been updated.
Your billing was not updated.